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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Jan 30. 2019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트래블코드가 생각하는 마케팅

모네는 어쩌다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을까요? 


그림 그리는 실력이나 스타일만으로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력이나 스타일 면에서 모네만큼이나 평론가 혹은 대중의 찬사를 받는 인상파 화가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모네가 인상파 화가 중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림 안에서 맴돌지 말고, 액자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지금이야 인상파 작품이 인기지만, 19세기 후반의 유럽에서 인상파 화가들은 아웃사이더였습니다. 주류에 속하지 못했던 인상파 화가들은 그들끼리 전시회를 열곤 했습니다. 뜻이 맞는 화가들과 전시회를 열면서 모네는 '카유보트'와 친구가 됩니다. 카유보트는 파리의 부유한 가문의 자제로, '최후의 구매자'라는 별명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그는 인기가 없어 가난을 달고 살았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사들이며, 그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심지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안 팔릴 것 같은 작품'을 사들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을 정도였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에게 산타와 다름없던 카유보트는 스스로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을 했고, 그의 슬픈 예감처럼 안타깝게도 45세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면서 친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수집한 인상파 작품들을 파리 뤽상부르 박물관에 전시해 달라는 유서를 남긴 것입니다. 그가 유증한 미술품들에는 모네, 르누아르, 세잔 등 7명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카유보트가 유증한 작품들을 거부하며,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미술관 측은 부유한 집안 자제가 유증했다는 이유로, 당시의 엘리트층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들을 국립 미술관에 걸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르누아르의 중재로 유증 작품의 절반 정도를 뤽상부르 박물관에 걸기로 합의합니다. 


뤽상부르 박물관에서 인상파 작품들을 전시하자 뜻밖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천대받던 인상파 작품들을 보러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언론에서도 '카유보트 사건'이라고 다룰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되어 대중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인상파에 대한 흥미로운 인상을 심어줬고, 이 때부터 카유보트 7인의 작품들이 더 많이 전시되고, 경매되며, 연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교과서에 소개가 되면서, 모네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트래블코드가 마케터를 애타게 찾으면서 <히트 메이커스>에 등장하는 인상파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유는, 여기에 마케팅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트래블코드가 바라보는 마케팅 핵심은 '노출'입니다. <히트 메이커스>에서도 사례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심리학의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되었듯이, 노출이 가치를 결정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록 호감도가 상승하고, 사람들의 호감도가 상승할 수록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그리고 인지하는 가치가 높아져야 구매 전환의 가능성도 커집니다. 


노출도를 높이기 위해서 기업 또는 브랜드들은 마케팅비로 다양한 매체에 광고를 집행합니다. 마케팅비가 많을 수록 노출의 빈도가 증가합니다. 하지만 노출도가 아무리 높아도 스쳐간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노출할 때 어떤 컨셉으로 메시지를 전달할지를 고민합니다. 이에 따라 노출의 심도가 달라지고, 마케팅 효용에 차이가 생깁니다.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매체에 노출해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고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컨셉과 메시지를 바탕으로 노출의 심도를 만드는 건 지적 자본의 영역이라 트래블코드처럼 작은 회사도 할 수 있다 해도, 노출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 집행해야하는 마케팅비는 자본의 영역이라 작은 회사일 수록 불리합니다. 그렇다면 마케팅비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노출의 빈도를 높이기 어려운 것일까요?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면 자본의 영역을 지적 자본의 영역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확산성을 지닌 이야깃거리를 통해 사람들의 머리 속에, 더 나아가서는 마음 속에 상품, 서비스, 브랜드 등을 자리잡게 하는 것입니다. 이야깃거리가 새롭거나 흥미로울 수록 입소문을 탈 가능성이 커지고, 이야깃거리가 퍼질 수록 노출도가 올라갑니다. 


그렇다고 트래블코드가 화젯거리가 되는 모든 종류의 이야깃거리를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케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트래블코드가 선호하는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1. 사례가 되는 마케팅 - 기획할 줄 아는 마케터


숫자로 이어지는 마케팅이 성과 있는 마케팅입니다. 물론 마케팅 성과를 숫자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래블코드는 숫자만큼이나 사례가 되는 마케팅을 선호합니다. 


사례가 되는 마케팅이란 눈에 띄는 마케팅으로 타깃 고객층의 반향을 일으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거나 마케팅 사례집에 실릴 수 있는 마케팅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례가 되는 마케팅을 한다는 뜻은 첫째, 연구의 대상이 될 만큼 마케팅 컨셉의 차별점이 뚜렷하다는 뜻이고, 둘째, 따라하고 싶을 만큼 마케팅의 방식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단 뜻이며, 셋째, 교과서처럼 회자될 수 있기에 마케팅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트래블코드는 기존에 없던 마케팅을 하는데 적극적입니다. 마케팅에도 루틴이 있기에 매번 사례가 되는 마케팅을 할 수는 없겠지만, 사례가 되는 마케팅을 시도하는데 목말라 있습니다. <퇴사준비생의 런던> 책을 출간하며 '책발전소'와 콜라보로 한정판을 제작한 것도, '영국항공'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런던행 비즈니스 클래스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 것도 사례가 되는 마케팅에 대한 갈증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례가 되는 마케팅처럼 새로우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기획할 줄 아는 마케터가 필요합니다. 물론 사례가 되는 마케팅은 트래블코드 마케팅의 방향성을 은유하는 표현일 뿐, 사례가 되는 것을 목표로만 해서 마케팅을 하는 등 본말이 전도된 마케팅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      


#2. 팬덤을 키우는 마케팅 - 소통에 적극적인 마케터


트래블코드는 고객이 아니라 팬을 늘리고 싶습니다. 중2병이 돋거나 연예인병에 걸린 게 아닙니다. 앞으로의 비즈니스는 팬 베이스의 비즈니스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견에 동의하기도 하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업의 속성 상 고객보다는 팬이 더 어울린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팬덤을 키우는 마케팅의 출발점은 비즈니스 철학 혹은 비즈니스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추구하는 철학이나 메시지를 바탕으로 구현해 낸 제품, 서비스 또는 콘텐츠 등이 공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팬이 생깁니다. 하지만 철학이나 메시지가 팬을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철학과 메시지를 담은 제품, 서비스 또는 콘텐츠를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팬층이 두터워지고, 팬덤이 깊어집니다.  


팬들은 박제되거나 완성된 트래블코드의 모습보다, 시도하며 성장하는 트래블코드의 모습을 보고 싶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래블코드가 만들어가는 크고 작은 일들을 팬들과 공유하며 함께 호흡해야 합니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SNS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SNS 채널을 적절하게 운영하면 일대다 이면서도 때로는 일대일 같은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트래블코드도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SNS 채널 운영은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우선순위가 밀려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코드에겐 소통에 적극적인 마케터가 필요합니다. 물론 SNS 채널 운영은 수단일 뿐, 마케터가 해야할 일은 체계적인 소통을 통해 팬덤을 키우는 일입니다. 


#3. 중심이 있는 마케팅 - 브랜딩을 강화하는 마케터


마케팅의 핵심을 노출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노출을 위한 노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노출이 아니라, 트래블코드다움을 담고 있는 노출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노출과 노출 사이가 연결되며 마케팅이 트래블코드의 브랜딩으로 이어집니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다릅니다. 마케팅이 노출을 통해 트래블코드를 널리 이롭게 알리는 일이라면, 브랜딩은 트래블코드의 자기다움을 정의하고 일관성 있게 표현하는 일입니다. 둘은 분명 다르지만, 그렇다고 마케팅과 브랜딩이 별개는 아닙니다. 트래블코드를 널리 이롭게 알릴 때 트래블코드다움이 담겨있지 않다면 공허한 노출이 됩니다. 노출이 축적되지 않고 흩어집니다.  


반대로 트래블코드다움을 잃지 않는 마케팅은 할 때마다 브랜딩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며 축적의 힘이 발휘합니다. 또한 브랜딩을 위해 트래블코드의 자기다움을 정의했다 하더라도 널리 이롭게 알리지 않으면 존재감을 잃게 됩니다. 존재감이 없는 브랜드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에서 설명했듯이, 스토리가 없는 캐릭터가 사라지는 운명을 가진 것과 유사합니다.   


브랜딩의 최고수인 무인양품도 무인양품다움을 성문화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트래블코드라고 자기다움을 성문화할 재주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표현하긴 어려워도 트래블코드다움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보이지 않는 다움을 감지하고, 이를 마케팅에 녹여내주실 마케터라면 더욱 환영입니다. 


트래블코드가 생각하는 마케팅과 마케터의 일은 사전적 정의나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마케팅과 마케터에 대한 다양한 관점 중 하나일 뿐입니다. 트래블코드가 중요시 여기는 포인트에 대해 길게 썼지만, 결국 트래블코드는 트래블코드에 애정을 가지고, 트래블코드가 기획하고 제작하는 콘텐츠를 '널리 이롭게' 알려주실 분을 찾습니다. 여행의 이유를 만드는 일에 동참할 이유가 있으시다면 트래블코드의 문을 두드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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