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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Jul 10. 2024

뉴욕은 걷는 즐거움


수퍼외향인 우리 엄마는

수술한 지 불과 4일 만에 라인댄스 멤버들을 만나러 나가셨다. 다소 큰 수술을 받고도 나가 놀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엄마를 몇 번 말려보지만

빨리 갔다 오겠다며 눈을 반짝이는 엄마를 이길 수가 없다.

엄마가 나가 있는 동안 그럼 오랜만에  나도 나갔다 와야지.


이번에 뉴욕에 와서 제일 많이 들른 곳은 센트럴 파크이다. 예전엔 번화가와 상점들 구경하는 게 더 좋았는데 이번엔 내 발걸음이 자꾸 공원을 향한다.

여러 번 와도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이곳을

구경하며 걷는 즐거움이 크다. 야자수와 돌산이 많은 캘리포니아에 살다 보니 어느샌가 울창한 그늘을 드리운 푸른 숲이 그리웠던 것 같다.



샐러드를 산후 동생과 센트럴파크에서 만났다.

잡곡밥과 호박, 스테이크에 바질 소스를 뿌린 샐러드인데 동생이랑 같이 먹어보고 싶던 참에 공원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맛있게 먹었다.



빵 강탈 4인조 참새들

우리가 먹고 있으니 포동포동한 참새들이 발 앞에 까지 다가와 먹을 걸 달라고 한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참새들인데 빵을 던져주니 강아지들 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깜찍한 참새들을 가까이 보고 싶을 땐 빵 몇 조각 들고 센트럴 파크에 오면 될 거 같다.



왼쪽나무에 뿌리들이 고드름처럼 올라와 있던 풍경

샐러드를 다 먹고 슬슬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거의 물속에 살다시피 하는 나무들을 보았다. 신기하게도 나무의 뿌리가 거꾸로 열린 고드름처럼 뾰족 뾰족 올라와 있었다. 동생도 나도 처음 보는 뿌리의 모습에

“물속에만 있으면 산소를 얻지 못해서 저런 모양으로 뿌리가 변형된 거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공원 곳곳엔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예술가들이 많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이 삶의 이유인 듯 보였다. 봐주는 이 없어도 자신에게 집중한 듯 눈을 감고 노래하고 연주를 하는 모습이 무언가 초월한 사람들처럼 보여 경건한 맘이 들기도 했다.



동생과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나무에 대한 책을 읽으며 기억나는 구절을 말하기도 하고 일을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도 얘기했다. 동생은 요즘 개그맨 김병만 씨가 뉴질랜드에 직접 정글을 만드는 영상을 자주 본다고 한다. 전엔 몰랐는데 요즘엔 동생도 자연인의 삶을 꽤나 좋아하는 듯하다.  저번에 동생이 캘리포니아를 혼자 여행했던 게 너무 좋았다고 말하며 활짝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일로 많이 바쁜 동생이 자연 속으로 여행하는 날이 자주 있기를 그래서 자주 행복하길 바란다.



최고 더위를 갱신했던 오늘 우린 센트럴파크를 세 시간가량 걸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린 날인데도 불구하고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리 덥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 있었으면  더 더웠을 듯한데 피톤치드를 마구 뿌려주는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땀을 흘리고 나니  찝찝하기보다 오히려 상쾌했다.



뉴욕에 오면 가장 좋은 건 많이 걸을 수 있다는 거다.

얼굴에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모자를 쓴 후

편안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푹신한 샌들을 신고 길을 나선다.

줄자를 대고 시원하게 그은듯한 가로세로 길들을 따라 곧게 걸어가며 전 세계 사람구경, 오래되고 멋진 건축구경, 최신트렌드를 모아놓은 상점구경등 볼 것이 너무 많아 오래 걸어도 지루할 새가 없다.

빌딩숲은 햇빛을 차단하고 그늘을 만들어 주기까지 한다.

걷다가 지치면 곳곳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인테리어 둘러보며 물 한잔 얻어먹는 재미도 있다.


차가 곧 발과 같은 캘리포니아에 살며

때론 걷고 싶은 갈망을 느끼는 나는 그럴 때마다 뉴욕이 떠오르곤 한다.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나의 외향인 엄마는

다시 친구들을 만나고픈 갈망을 ,

내향인 딸인 난 조용히 사색하며 걷고 싶던 열망을

각자 어느 정도 해소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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