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씨 110도 (섭씨 43도)가 넘는 날이었다.
며칠간 지속되는 늦더위 속에
오전에 일을 보고 집에 와선
순해와 같이 까무룩 낮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달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뒤엔
침대에 누워 그대로 책을 읽었다.
요즘 읽은 책
정지우 작가의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행복이 거기 있다, 한점 의심도 없이‘를 읽고 난 후
정지우 작가의 팬이 되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삶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너무 와닿고 재미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보려고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보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 ‘잠듦’이다. 그리고 그런 반복에 파묻혀 내 삶을 더 큰 차원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잠듦’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생명체인데, 문명과 사회의 조건 안에서는 갑작스러운 ‘도약’이 있고, 이 도약이 인간이 마땅히 익혀야 할 자연스러운 성장을 파괴한다.’
‘벼락 맞은 듯한 성공은 그런 인간이 평생을 통해 성장하고 견뎌야 할 구조를 근본적으로 파괴해 버리는 저주가 되는 것이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중에서
언젠간 종이책으로 소장해서 맘에 와닿는 문장들엔
밑줄도 긋고 천천히 여러 번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한국에 살았다면 좋아하는 작가들의 북토크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을 텐데.. 종이책도 훨씬 싸고.. 이런 점에선 한국에 사는 독자들이 부럽다.
글이 좋다 보니 작가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가진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난 글쓰기에 대한 책엔 큰 흥미가 없는 편이었는데
조금씩 읽다 보니 어느새 글을 더 꾸준히 써보고 싶단 맘이 든다. 또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에세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계속해서 읽게 된다.
모든 걸 녹일듯한 열기를 피해 저녁 7시가 돼서야
강아지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어제보다 바람이 좀 불어서 도로의 열기가 빨리 식는 듯했다.
‘ 이 정도면 뛰어도 되겠는걸?’
밤에도 더웠던 요즘이라 오늘 조깅은 건너뛰려 했는데 어라, 저녁바람이 꽤 선선한 것이 뛰고 싶은 맘이 들게 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지만 동네다 보니 안심이 되서
크게 두 바퀴 정도를 돌았다. 시간을 정하지 않고 너무 늦지 않을 정도로만 뛰고 들어왔다.
조깅을 하다 보면 내 몸이 평소보다 무거운 상태인지 아닌지를 점검 할수 있다. 오늘은 밥 먹고 낮잠을 자다 나와서 그런지 몸이 좀 무거운게 느껴졌다. 하지만 땀을 쭉 흘리고 나니 한결 가벼워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선크림도 안 발라도 되고 모자도 안 써도 되고
사람들도 마주치지 않는 저녁 조깅은 조금 더 큰 해방감을 주었다. 늦더위가 계속된다면 해뜨기 전 아침, 아님 오늘처럼 해가 진 저녁 시간에 달려야지.
하루키가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있는 속옷을 볼 때 작은 행복을 느끼듯
난 샤워를 마치고 기존에 입고 있던 옷을 빨래 통에 넣고 착착 개어놓은 티셔츠와 반바지 중 편한 걸로 하나씩 새로 꺼내 입을 때 작은 행복을 느낀다.
그리곤 매일매일 글을 쓰는 작가의 말대로 오늘 내가 좋았던 일들을 글로 남기며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조깅이 이젠 습관이 된 것처럼
매일 하루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더 나아가 내 삶을 더 큰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게, 깨어있기 위한 글쓰기를 꾸준히 실천해 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