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김대연
새해가 시작되고 올해는 예년과 다른 인생을 살아보자 해서 끊임없이 생산적인 것들에 집중하여 몸과 마음이 좋은 탄력을 받고 있을 때쯤. 영감이 가득한 공간에서 머물고 싶어 온아에서의 하루를 선택했다. 과거의 나보다 현저히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채찍질의 반대인 당근 같은 보상을 주고 싶었다.
퇴근을 하고 쏜살같이 달려온 온아. 내가 제주로 이주 오고 가장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 함덕에 위치해 있는데 예전 집에서 자주 산책했던 골목에 있어서 놀래기도 했다. 무심코 지났던 곳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겨울은 해가 짧아 해가 드리운 공간을 첫인상으로 마주할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 창문 너머로 밝혀진 전구색 빛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들어서자마자 공간 전체를 빠르게 살피고 짐을 풀어 한켠에 정리해 두었다. 마음에 드는 거울을 발견한 와이프가 잠시 거울 셀카 타임에 빠졌을 때 주방에 가지런히 정리된 식기류들을 구경하고 공간 전체를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숙소에 온다고 저녁 타이밍을 살짝 늦춘 우리는 부지런히 저녁을 준비하였다.
준비를 마치고 식사를 시작하기 전 호스트의 배려로 반 정도 채워진 욕조의 물을 마저 채우기 위해 따뜻한 물을 틀어 놓고 수도꼭지 옆 귀여운 취향과 마주했다. 절로 나오는 미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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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독 제주 막걸리가 맛있음) 겨울이 되면 그 어떤 주종보다 막걸리를 찾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음식에 페어링이 되어 버린다. 치킨과 샐러드 그리고 막걸리와 재미있는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스탠바이미가 비치되어 있고, HDMI 연결로 IPTV까지 볼 수 있어서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찾아 틀고 막걸리를 꿀꺽거리며 보내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이면 공감할 그런 시간. 작년엔 이런 시간을 하염없이 즐겨버려서 생산적인 것들을 많이 미뤄두었는데 올해는 적당히 섞어 즐길 예정이다. 부디 꼭 지켜지길.
식사를 마치고 이번엔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식탁 위를 정리했다.
며칠 전부터 이날을 손꼽아 먹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싸와 예쁘게 담아 내어주었다. 상큼하고 마무리가 깔끔한 음식들과 함께 곁들인 스파클링 샴페인은 내가 마셨던 샴페인 중 가장 맛있었다. 그 보탬에 공간이 큰 역할을 한 건 분명한 사실. 좋은 사람, 좋은 공간은 인생이 나아지기 위한 필수 조건임이 틀림없다.
온수욕을 할 수 있을 만큼 물이 데워지고 찼을 때 마시던 와인을 들고 욕조에 들어갔다. 공기는 차가운데 몸은 따뜻한 이 기분이 정말 좋다. 거창한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확실한 행복이 있는 공간에서 머무름에 만족했던 하룻밤. 이렇게 따스해진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쉽게도 다음 날 아침은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였다. 창틈 사이로 햇볕이 들이 쬐는 그림을 상상하긴 했지만, 날씨가 주는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려고 재즈를 틀어 공간 전체를 메울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귀여웠던 어제의 흔적.
온아에는 자그마한 바깥채 공간이 있는데 온전히 차를 즐기며 고요하게 있기에 적합한 곳이어서 평소 아침 루틴을 유지하기에 좋았다. 준비된 포트기를 이용해 물을 끓여 차를 즐기며 체크아웃 시간이 닿기 전까지 책을 읽었다.
돌이켜 보면 1.2초와 같았던 찰나의 순간들이었다. 좋았던 장면들은 왜 이렇게 빨리 시간이 지나는지 아쉽기만 하다. 체크아웃 시간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길엔 부슬비와 바람이 강하게 불어 외관을 담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꼭 와이프를 공간과 함께 담고 싶었다. 후다닥 쏜살같이 사진을 찍고 공간 밖으로 나왔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금 돌아온 일상은 활기가 넘쳤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아직까지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어 도파민이 마구 솟아나는 요즘, 온아에서의 하루가 좋은 영감의 투성이었고 에너지의 근원이 되었던 것 같다. 취향이 맞는 환경에서의 하루는 긍정적인 것들을 많이 남겨 주어 강한 원동력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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