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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마을의 동산 [제주 감성 숙소 | 호근모루]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제주라는 놀이터에서 

뛰놀다


글ㆍ사진  고서우


역시 따뜻한 서귀포였다. 여행기를 쓸 때, 자꾸만 날씨 이야기부터 하게 되는 게 따분한가 싶어 빼보려 해도, 여행의 시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하늘이 아닌가.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호근모루'는 이전에 '호근머들'에 하루 머물 때 알게 되었다. '호근머들'은 '호근모루'의 호스트께서 운영하는 공간인데, 그곳과 이곳의 큰 차이라면 아무래도 규모다.


몇 개의 동과 함께 건물 꼭대기를 올려다 보려면, 해가 가까워 눈이 부셨던 '호근머들'과는 달리, 키 작은 지붕 두 개가 붙어 앉아 시끄러운 도로와 등을 돌린 모습의 고즈넉한 '호근모루'다. 



이곳의 마당은 어린 호스트가 뛰어놀던 흙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곳이다. 호스트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댁이었던 곳을 손수 가꿔 여러 사람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했기 때문이다.


행복한 유년시절의 기분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이 공간을 고쳤을 호스트를 생각하면, 흙 한 줌 함부로 밟아댈 수 없는 곳이다.



대문 앞에 차를 세우고 아직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인데, 눈길부터 끌던 디딤돌과 그것을 품은 붉은색 송이들. 나는 그것이 예뻐 당장 카메라를 들어 한 장 남겼다. 그리고 대문을 밀어 들어갔다.



먼저, 걸어 들어가는 내 왼편으로 별채가 있다. 그리고 우측으로 몸을 돌리면, 겨울철 물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온수풀을 볼 수 있다. 이어, 그를 마주보는 것이 제주 감성 숙소 '호근모루'의 안채이다.



안채와 별채에는 각각 침대가 하나 씩 있었다. 두 쌍이 와서 '호근모루'의 여행기억을 남겨봐도 좋을 구성이었다.



안채부터 살펴보면, 이곳에선 온수풀이 바라다 보인다. 온수풀로 향하기 전에, 입었던 얇은 겉옷을 벗고, 튜브를 챙길 만한 넉넉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여기는 수영 후에 젖은 수영복을 정리하며 가운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길에 긴 식탁이 있는데, 야외 바베큐를 즐길 수 있는 제주 감성 숙소 '호근모루'이기에, 밖에서 구워 온 고기를 이곳으로 조달해 놓고 동시에 수영도 즐기는 등 친구, 연인, 가족들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여행시간을 그려넣어 보았다.



사람이 주거하던 공간이었던 만큼, 주방은 별도로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아무래도 주거공간이 숙소로 바뀐 곳이, 하루를 머물더라도 편안한 구성을 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고 생각되었다.



최근에는 TV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숙소들만 만났던 것 같은데, 제주 감성 숙소 '호근모루'는 오랜만에 TV가 마련된 곳이기도 했다. TV를 자주 보지는 않는 편이라 해도, 밤에 식사하며 평소 그래도 좋아하는 프로그램 하나를 골라 틀어놓으니 이게 또 만족스러운 부분이 되었다.



다시, 안채의 침실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침실은 기대했던 것보다 넓었는데, 침실 옆 넓은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이 강할 때 보고 있자니 참으로 예쁘기도 했다. 사실 이날은 늦은 오후가 되어가자 언제 맑았었냐는 듯 구름이 잔뜩 끼던 날씨였는데, 그러기 전에 먼저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침실을 만나볼 수 있었어서 다행이다 싶을만큼 예뻤다.



손으로 툭툭 털어가며 정돈했을 모습이 상상되는, 깔끔한 침대 그 옆에는 무지주 협탁이 있었고, 위에 달린 동그란 조명까지 이 침실 안에 무척 잘 어울린다는 느낀점을 남기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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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서 나오며 식탁 위 우도땅콩파이 하나를 뜯어 먹었다. '호근머들'에서도 이렇게 귤과 함께 제주도 특산품 과자들이 여러 개 준비돼 있는 것을 만났었는데, 호스트의 따뜻한 인사와 같았기에 더욱 인상 깊은 게 아닌가 싶다. 



파이를 씹으면서 나는 별채로 걸어갔다. 



별채는 문을 열어보기도 전에 이미 자신의 색깔을 밖으로 뽐내는 것 같아서, 사실 안채를 구경하기 전 마음보다 더 기대감이 컸다.



들어가서 보니, 이 감성에는 이게 필수라는 듯 가장 먼저 다기세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커피보다는 차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반가웠다. 아까 보니, 냉장고에는 이례적이게도 큰 페트병 물 한 병과 작은 물 두 병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마음껏 차를 내려 마시는 데 물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여기서 했다.



아, 지금 글을 쓰면서 기억을 떠올려 보니, '호근머들'에서도 그렇게 큰 물이 준비돼 있었던 것 같다. 물을 정말 자주 마시는 나로써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를 열어보고, 정수기 대신 작은 물 두 병일 경우엔 마트로 가서 물 한 병을 더 사오는 편이기에 이건 정말 개인적으로 박수를 쳐줄 만한 호스트의 마음이다.



다시 돌아와서, 이 다기세트를 내려다 보다 주변을 보면, 안채와는 또 다른 감각적인 분위기가 차를 내려 마시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에 잘 들어맞는다는 인상을 준다. 별채다운 모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별채는 천장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등 한옥 감성이 낭낭해서, 어쩌면 제주에 여행 와서 머무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안채보다 별채가 더 탐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하나만으로도 비싸게 값을 지불하고서야 하룻밤 지낼 수 있는 한옥 스테이 그 자체였기에 '호근모루'에 머묾이 '일석이조'라는 표현에 딱이었다.



두 공간을 지속하여 왔다갔다 했다. 어디에 잘까 이날 최대의 난제였다.



나는 무드가 뒤떨어져, 고민 끝에 처음 짐을 다 풀어버린 안채에 몸을 뉘였지만, 지금 사진을 보며 다시 기억해 보면 묘한 아쉬움이 일렁인다. 



오후부터 흐렸던 날씨만큼이나 갑작스레 쌀쌀해졌던 호근동의 밤. 아쉬운 마음에 마당을 얼마 간 걸어다녔다. 수영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낮에 볼 때보다 훨씬 뚜렷해져 있었다. 



또, 호스트께서 정성스럽게 마련해준 고구마가 생각이 난다. 불멍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한 쪽 공간에 호일과 함께 놓아두신 고구마 몇 알이, 하루의 끝에 느낄 수 있었던 누군가의 정(情)이었다.



글로 쓰며 하나, 하나를 곱씹어 보면, 이곳의 호스트는 참으로 정이 많으신 분인 것 같다. 냉장고 속 넉넉한 물과 식탁 위에 넉넉하고도 다양했던 주전부리, 불멍만 하면 심심할 것이라고 준비해 주신 고구마와 호일. 그밖에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 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들을 통해 하루를 머무는 동안에 나는 행복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주 기분 좋은 마음만을 가득 채우고, 나는 오전에 길을 나섰다. 제주 감성 숙소 '호근모루'에 하룻동안 즐거웠다 인사하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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