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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는 시간 [종로 감성 숙소 | 더채:달로]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생각을 거듭하고

물음표를 던지며


글ㆍ사진 ㅣ 한아름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 과거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이 있다. ‘북촌한옥마을’은 이름처럼 전통 한옥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한옥 사이사이 미로 같은 거리 위로 많은 사적과 문화재가 있어 도심 속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더불어  갤러리, 공방, 카페 등 특색 있는 볼거리가 생겨나 거리마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는 북적이는 거리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는 ‘계동길’을 찾았다.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는 참기름 집이 있다가도 그 옆으로 향기로 가득한 세련된 꽃집이 나타난다. 누구 하나 더 돋보이기보다는 나란히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현재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오래된 것에서 느껴지는 정취와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나는 거리를 걸으며 다채로운 영감을 얻었다. 이렇게 거리를 걷다 계동길 중간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지속 가능한 영감을 얻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오늘 머물다 갈 ‘더채 : 달로’이다.



‘더채 : 달로’는 오랜 세월 계동의 골목을 지켜온 작은 한옥을 개량하여 편안한 머무름을 제공하는 스테이다. ‘더채’에서 만든 여섯 채의 한옥 숙소 중 다락이 있는 프라이빗 한 공간 속에서 사유하며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묵직한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한 마당이 먼저 맞이해 주었다. 작은 하늘과 작은 마당이 있는 도심 속 뻔하지 않는 가장 사적인 장소. 분명 조금 전까지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도심 소음이 귓가를 맴돌았는데 이곳에 들어선 순간 시공간이 단절된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방해 없이 단절된 고요함 속에서 편히 머물다 가라는 호스트의 메시지와 같았다.



‘더채 : 달로’는 ㄷ자형 한옥 구조로 하나로 이어진 형태였다. 툇마루를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두운 밤 속 오직 달빛만이 이곳을 비추는 듯한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좌측으로는 차분한 휴식을 위한 다실과 욕실, 침실이 있었고 우측으로는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몸의 생기를 되찾는 거실 겸 주방 공간이 있었다.



거실 겸 주방 공간에는 단정하고 멋스러운 주방가구가 길게 놓여 있었고 그 아래 오픈된 수납장에는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도구와 식기류가 다정히 놓여 있었다. 한가운데 둥근 원탁과 긴 소파를 두어 편안한 식사와 휴식의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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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복도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내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다락에는 오직 수면을 위해 침실의 역할로만 구성하였고 그 아래로 밝은 분위기 속으로 이끄는 듯한 욕실이 나왔다. 따스한 물의 온기로 몸을 이완할 수 있도록 작지만 알차게 욕조까지 구성되어 있었다.



다실에는 한 뼘 남짓 단차를 두어 공간의 역할을 분리하였고 편안히 앉을 수 있도록 두툼한 보료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 앉아 아담한 마당을 바라보며 꽃차와 함께 향기롭게 머물다 갈 수 있었다.



‘더채 : 달로’에서는 여유로움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다섯 가지의 사유를 돕는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앞서 즐긴 ‘차’를 마시며 영롱한 빛과 함께 떠오르는 사유를 경험할 수 있게 하였고, 인센스 스틱으로 ‘향’을 제공하여 깊은숨을 통해 호흡하는 사유를 제공하였다.



특히 크고 작은 질문들을 풀어보며 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고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패스파인더’ 테스트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를 알아보고 나를 성찰할 수 있었다. 오직 ‘더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내면 산책의 시간이었다.



이른 저녁 식사까지 든든히 챙기고 난 후 오후부터 내린 비로 더욱 반짝거리는 거리 위로 다시 한번 나섰다.



해가 지고 난 뒤 계동길은 북적이는 관광지의 모습보다는 여느 평범한 동네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 게다가 적당히 내리는 비로 기분 좋은 ASMR을 실시간으로 즐기며 평온한 서울의 밤 산책을 즐겼다.



잠에 들기 전 ‘더채 : 달로’에서의 세 번째 사유의 시간을 보냈다. 거실 한 편에 놓인 에탄올 ‘난로’에 불을 지피고 와인을 챙겨 그 앞에 앉았다. 따뜻한 온기로 금세 공간이 가득 채워지고 멍하니 불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온전히 온기를 느꼈다. 듬성듬성 비어 있던 나의 하루가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다락에서 자서 그런가. 처마에 닿는 빗소리에 잠을 깨웠다. 창문 너머로 간간이 들리는 자동차 소리. 출근길을 서두르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 빗줄기의 강도에 따라 다채롭게 들려왔다. 평일 아침이지만 이 소리를 가만히 누워 감상할 수 있다니, 여행자의 아침은 역시나 여유로웠다. 



욕조에 물을 받았다. 바닥에 닿는 소리가 바깥에서 들리는 빗소리와 같았다. 발목이 잠길 정도까지만 물을 받았다. 따스한 온기로 정신이 맑아지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 ‘더채 : 달로’에서 즐길 수 있는 네 번째 사유의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살피는 다섯 번째 사유는 ‘드립커피’를 내리며 기다림의 과정 속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나는 편안한 환경을 필요로 하며 위험을 피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로 내가 스스로 그어놓은 한계선을 넘어 스스로의 최대치를 이끌어 내려고 하면서 내적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내적 갈등 속 딜레마에 빠질 수 있지만 성장을 통해 안정성을 찾는 방법. 경험을 깊이 사유하며 차근차근 나를 발전시키고 배워나간다면 안정적인 삶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거듭하고 나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지며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는 '더채 : 달로'에서의 특별한 머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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