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신재웅
여수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백야도에서 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떠나는 길은 설렘 그 자체였다.
하루하루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힐링은 해방감일 텐데, 이 해방감에서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주는 무언가를 마주한다면 이만한 행복감도 없을 것이다. 도시의 삶에서 해방되어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딜문’을 마주했을 때 어제까지 신경 쓰던 일상의 스트레스가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당일 아침 호스트의 친절한 안내가 담긴 문자를 받고 도착한 ‘딜문’
백야대교 바로 밑쪽에 위치하고, 바다와 맞닿아 있어 가슴이 펑 트이는 시원함을 느끼며 체크인을 할 수 있다. 숙소 들어오는 길은 살짝 좁지만, 주차장은 넓게 잘 되어 있었다.
‘딜문’은 필로티 구조의 3층 단독건물로 1층은 주차장과 현관, 2-3층이 숙소로 구성되어 있었다. 거실로 올라가 큰 통창 밖의 자연과 어우러진 테라스를 보는 순간, 1차 감탄을 했고, 뒤로 돌아 보이는 욕실 자쿠지와 침실에서 보이는 오션뷰에 2차로 감탄을 하면서, 사진에서 보던 ‘딜문’에 들어와 있다는 실감을 했다.
바다를 마주 보며 자리 잡고 있는 침실은 로망 그 자체였다. 베드에 누워 멀리 있는 바다까지 시원하게 보이는 뷰와, 감성적인 무드를 충분히 마주할 수 있는 베드는 일반 도시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생각 속의 침실을 구현해 내고 있었다.
딜문 예약하기
한층 더 올라가 보이는 다락방 구조의 침실은 2개의 베드가 나란히 놓여 있으며, 베드 앞쪽으로 차를 즐길 수 있는 다도 세트가 준비되어 있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곳에 누워 베드 옆 창으로 보이는 바다와 지나다니는 배들을 보고 멍때리며 시간을 꽤 보내기도 했다.
체크인하고, 공간 구경하며 쉼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백야대교 너머 해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거실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나가면 보이는 프라이빗하게 감싸진 테라스는 멋스러움 속에 힐링 그 자체였다. 온수 풀 가능한 노천탕과 함께 크기가 꽤 되는 규모의 불멍을 즐길 수 있는 화로가 놓여 있고, 옆으로는 노을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이닝 테이블이 있어, 낭만적이고 멋스러운 저녁 식사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초저녁 푸른 하늘 아래로 빛나는 딜문은 참 낭만적이었다.
어둠이 내리 앉고, 조도가 낮아진 딜문의 공간은 더욱 무드가 깊어진 모습이었다. 더욱 아늑하고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고, 고요한 공간 속 따스한 공기가 요즈음 쌓아왔던 스트레스들을 벗어 던지기에 충분했다. 1층 욕실에 자리한 자쿠지에서 잠시 반신욕을 즐기고 나와, 상쾌한 기분으로 소파에 앉아 스탠바이미로 콘텐츠들을 즐기며 맥주 한잔을 즐기며, 아쉬운 ‘딜문’에서의 밤을 지나 보내고 있었다.
포근한 베드에서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니, 닫힌 창문 밖으로 자그마하게 들리는 파도 소리와 뱃소리가 참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일어나기 싫은 몸을 뒤척이며, 이불 뒤집어쓰고, 요리조리 스트레칭하며 몸을 일으켰다.
거실로 나가니, 새소리가 기분 좋게 들리고 있었고, 구름들 사이로 잠시 잠시 나타나는 햇살은 오늘의 시작을
설레게 만들었다. 슬라이드 도어를 열고 적당히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소파에 앉아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들을 보며 멍때리는데, 이렇게 일주일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 안쪽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주방은 슬라이딩 도어로 분리를 할 수가 있어, 간단한 취사더라도 음식 냄새를 최소화할 수 있고, 공간을 독립적으로 보이게 하는 시각적 효과도 있었다. 넓은 독채 스테이답게 가족 단위의 게스트들이 공간 내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커트러리와 접시, 컵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멋스러운 공간에서는 모닝커피를 즐겨줘야 하니, 커피를 내려 3층 룸에서 마시기로 했다.
낮은 천정고 때문인지 아늑한 느낌이 있어, 잠은 이곳에서 자지 않았지만, 깨어 있을 때, 은근 시간을 많이 보낸 공간인 듯하다. 티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이 공간에서 고요하게 티를 즐기는 시간을 상상만 해도 힐링이 되는 듯했다.
체크아웃 전 테라스에 나가 가을 바람 냄새를 맡으며 가볍게 산책도 하고, 바다를 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리마인드를 하기도 했다. ‘딜문’에 있는 약 하루의 시간 동안 나를 마주하는 여유와 재미를 발견하며 공간이 주는 여유가 어느새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준 듯했다. 말 그대로 재충전을 하기에 나에게는 완벽한 공간이었고, 여수 백야도라는 로컬 무드와 함께 여운이 꽤나 남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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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신재웅
공간이 주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해내는 발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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