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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 주는 위로

스테이폴리오 트래블 첫 번째 이슈

 TRAVEL ㅣ APRIL 2018 

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서촌을 이루고 있는 공기
한옥이 주는 위로

글ㆍ사진   변진혁 

아담한옥 내부 모습


서촌이라는 공간은 맛집의 요람, 데이트하기 좋은 등등의 키워드가 붙어서 따라다니는 동네이다. 물론 서촌, 통인동 근방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아주 나쁜 키워드'는 아니지만. 그러한 '놀기 좋은' 서촌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서촌을 이루고 있는 공기, 한옥이 주는 따스함이 먼저 아니었을까. 경복궁의 서쪽에 자리 잡은 마을, 서촌. 아직도 오래된 건물이 여기저기 보이고, 시선에 거슬리는 높고 / 튀는 건물 역시 보기 힘들다. 아담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기자기한 한옥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옹기종기, 차분하게 앉아있는 모습이다.


아담한 마당 우측의 노천탕


서촌, 통인동 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 아담한옥. 한옥 독채를 빌려 한옥 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 통인 시장을 구경하면서 올라오다 골목으로 빠지거나, 스펙터라는 유명한 카페를 찾아온다면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아담한 한옥을 만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아담한 규모의 아담한옥. 서촌에 있는 한옥 중에서도 실제로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우측의 작은 노천탕이 보이고(아쉽게도 동계에는 이용할 수 없다), 신발을 벗고 한번 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한 공간이 나타난다. 


한옥과 조화된 비아인키노 셜록 쇼파, 조지 넬슨 버블 램프 
내부 테이블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해 작업하기에도 용이하다.


대문과 연결된 문 외에 창문이 거의 없어 조금 답답한 느낌도 있으나, 덕분에 더 아늑하고 개인적인 휴식공간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채광도 나쁘지 않다. 조금 늦은 오후에 입실했는데 따스한 햇살이 대문 넘어 들어오고 있었다. 거실처럼 쓸 수 있는 공간. 푹신한 소파, 딱딱하고 모던한 느낌의 하얀 탁자, 동그란 스툴. 클래식한 한옥 안에 모던한 가구들이 자리 잡았다. 튀는 느낌 없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물건처럼 잘 어울린다. 
햇볕이 좋아, 잠깐 동안 소파에 앉아 눈부심을 즐겼다. 


쌍계명차가 준비된 티 세트와 작지만 알찬 내부 주방


우측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복층 구조의 침실을, 앞에는 부엌을 만날 수 있다.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쓰다 보니 부동산 업자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부엌에는 작은 창이 있다. 창을 열면 바깥과 연결된다. 다만, 앞에는 식당 / 옆에는 카페이다 보니, 늦은 저녁 시간에는 다소 시끄러우니 창문을 닫아 두는 편이 좋겠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다시 닫으려다 살짝 당황했다. 줄이라도 하나 매달아 두었으면 좀 더 닫기 쉬웠을 텐데. 침실 구경을 해보자. 머리 조심하시고. 잘 따라서 올라오세요. 계단이 생각보다 가파릅니다. 계속 머리 조심하시고. 제가 몇 번 부딪혀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재미있다.


좁다고 하면 좁고, 좋게 말하면 아늑한 느낌이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2인 이상의 침구류도 준비해주신다고는 하나, 공간 자체가 1인 혹은 2인을 위해 설계된 느낌이다. 다수를 위한 시끌벅적한 파티룸으로 쓰기에는 아담한옥의 느낌과 잘 맞지 않겠다. 삼성 셰리프 TV는 넷플릭스를 볼 수 있고, 한편에는 매거진B가 몇 권 놓여 있다. 딥디크는 못 봤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짧지만) 즐거운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넷플릭스 전용 셰리프 TV와 매거진 B가 준비 되어있다.


다시 1층. 아담하지만 복층 구조이다 보니 천장이 조금 높다.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드니까 들어오자마자 보일러를 좀 돌려주도록 하자. 머리 위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는 선 굵은 한자들. 


한옥의 상량문


일반적으로, 흔한 숙박업소 보다 조금 더 비용을 내고 유니크한 렌털하우스를 찾게 되는 것은 '특정한 목적'이 있을 때가 많을 텐데. 그 목적이 흥겨움, 유니크한 파티룸 등의 키워드와 연관되어 있다면 아담 한옥이 좋은 선택지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담한옥의 캐릭터는 명확하다. 이름에서 오는 그대로의 느낌, 조용하고, 아담하고, 따뜻하고, 한옥이 주는 포근함이 있다. 시끌벅적하게 요리를 하거나, 친구들과 오랜만에 밤 새 수다를 떠는 용도로도 물론 쓸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아담한옥은 조금 더. '개인을 위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다기와 차는 호스트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강제적으로라도 라이프사이클 안에 쉼표를 집어넣어야 할 상황이라면, 집에서 벗어나지만 너무 소란스러운 여행은 피곤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하루'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혼자 혹은 아주 가까운 지인과 단둘이 조용하게 보내고 싶은 공간을 찾는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서촌이 주는 매력이 있고, 아담한옥이 내어주는 포근함이 잘 맞겠다 싶다.


하프아티스트의 어메니티가 비치된 욕실 공간


조금 멀리 갔으니, 다시 돌아와서. 화장실. 화장실 역시 아주 아담하다. 어메니티는 '하프아티스트 배쓰룸' 이라는 브랜드로 채워져있다. 샌달우드 향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은은하게 채울 수 있다. 거실의 선반에는 넉넉한 수건, 모노클과 매거진B, 그 위에는 향초 등이 놓여 있다. 이것저것 지저분하게 두지 않고 필요한 것만 적당히 놓여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직접 셀렉한 책들과 수토메와 협업으로 만들었다는 아담한옥 향기가 흥미롭다.


룸 스프레이에는 아담한옥이라고 적혀있다. 모노클은 궁금하던 잡지였으나, 나와 친숙하지 않은 텍스트가 너무나도 가득 차 있어 옆에 있는 매거진B만 기웃거려본다. 다 둘러봤다. 아담한 한옥이다 보니 몇 장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말이 길어져서 그런가, 생각보다 담고 싶은 컨텐츠가 많아서였을까. 꽤 길어졌네. 


아담한옥을 기준으로 좌측은 공기식당, 우측은 스펙터 커피가 있다.


저녁 먹거리를 사러 나가면서 한 장. 겉으로 보기에도 튀는 모습을 가지지 않았다. 그냥 서촌 거리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한옥. 조금 깨끗한 모습이 눈에 띄는 정도랄까. 작게 붙어있는 '아담한옥' 이라는 LED가 아니라면 렌털하우스인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의 저녁. 동네 이마트에서 사온 샐러드용 채소, 통인시장에서 사온 한라봉. 한라봉이 한 개 2천 원. 확실히 시즌이 지나서 그런지 싸긴 하다. 그만큼 단 맛도 덜 해서 조금 아쉬웠지만. 


미리 준비한 식재료, 식기와 조리 도구는 충분히 갖추어져있다.


손질된 채소 좀 올리고, 연어 좀 올리고. 보이는 것보다는 양과 맛을 생각한 디스플레이. 아담한옥 안에 조리를 할 수 있는 부엌도, 식기도 다 있었으나 그러기에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식기와 조리도구도 부족함이 없다.


음식은 집에서만 해도 충분하지. 적당한 탄수화물이 빠지면 아쉽지. 이래저래 포장해다 먹을만한 음식을 좀 찾아봤는데, 근처 마라상궈도 있는 것 같고, 치킨도 있고, 토속촌의 삼계탕도 있고.. 고민하다 목적지는 도미노 피자. 페퍼로니 피자에 페퍼로니 추가. 한옥과 배달 피자.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 아닌가요. 


다이닝 테이블에서의 만찬


맥주는 근처 바틀 숍(이라기보단 펍) 보리마루 탭하우스에서 공수. 작은 병으로 두세 개 살려고 했는데 그럴 바에는 큰 병으로 하나 마시면 되지 않겠냐는 여자친구의 혜안에 무릎을 탁. 샐러드에도, 피자에도, 하몽에도 어디에나 맛있게 마실 수 있는 팬텀 세종. 일요일 오후에 체크인, 월요일 체크아웃.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네스프레소 한 잔. 네스프레소에 쓰기에는 다소 과하지 않나 싶은 발뮤다 전기포트. 하긴, 여기서 커피를 내려마시는 분도 있을 테니까. 


발뮤다 전기포트와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


여행에 있어 숙박이 차지하는 비용 혹은 중요도는 사람마다, 여행을 누구와 가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쓰는 시간, 비용이 준비되어 있다면.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여행이나 쉬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오랜만의 야근과 철야에서 벗어나 얻어낸 연/월차 하루를 조금 더 온전히 '휴식'을 위해 쓰고 싶다면. 그러니까, 누구나. '쉰다' 라는 게 참 중요한, 특정 누군가가 아닌 지금 우리 모두에게 쉼이 필요한 요즘. 아담한옥은 특별한 누구를 위한 한옥스테이는 아니라 생각한다. 누구나, 그저 쉴 시간이 필요하다면 한번쯤 고려해볼 만한 휴식의 선택지라 생각한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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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옥 트래블 이슈를 기념하여 독자분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스테이폴리오 플러스 친구 등록자(선착순 30명)에게 아담한옥의 주중 할인권을 선물합니다. 스테이폴리오 플러스친구는 유니크한 숙소 공간의 론칭 소식, 프로모션,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다음 트래블 이슈도 많은 기대 바랍니다.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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