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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무게

서울에서 즐기는 여행, 이화루애

  TRAVEL ㅣ OCTOBER  2018 

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한 공간에서 만난 다는 것. 


글ㆍ사진   변진혁 


한쪽으로는 대학로와, 다른 한쪽으로는 동대문과 맞닿아 있는 이화동. 넘치는 에너지와 활기참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벽화마을에서 사진을 찍으러, 낙산공원을 올라가기 위해 이화동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관광지로서의' 공기를 뽐내는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손가락이 조금 아프더라도, 시계를 반대 방향으로 조금 돌려볼까. 이화동은 일제 강점기 시절 부촌으로 유명했다. 그래서였을까. 광복 이후 이화동은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국민주택단지를 건설하면서 이화동의 리모델링이 시작되었고, 지금 우리가 만나는 이화동의 모습은 그 당시 대부분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화동 골목, 언덕길 한켠에 자리 잡은 이화루애. 일제 강점기 시절의 유산 중 하나인 오래된 적산가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간. 20세기 적산가옥의 역사와, 21세기 현재, 서울의 무드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 공간이 되었다.  


외부와 단절되어있는 듯한 높은 시멘트 외벽 안에는 2층 구조의 렌탈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1층의 대부분은 파티룸, 2층은 프라이빗 스테이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화루애의 스테이를 예약했다면 1, 2층 공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1층 공간 일부를 작게 떼어내어 스테이폴리오에서 '이화루애 숍'이라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금~일요일에 문을 열고, 아티스트 프루트와 스테이폴리오의 오브제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체크인하기 전에 숍부터 잠깐 둘러볼까. 작은 공간에 많지는 않지만, 선명한 컬러의 아티스트 프루프의 패브릭 제품들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아티스트 프루프는 선과 도형을 활용한 패턴 디자인을 만드는 아티스트 레이블이다. 직관적으로 쉽게 와닿는 패턴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커다란 패브릭을 몇 개 사서 집에다 걸어두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물론, 지갑 사정이 따라준다면야.  


커다란 패브릭이나 에코백 외에, 작은 포스터나 노트 등도 판매 중인 것 같았다. 아티스트 프루프의 제품 외에 스테이폴리오에서 자체 제작한 룸 스프레이 등도 만나볼 수 있는 듯.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제품이 많거나 / 다양하지는 않지만. 밝은 도형들이 어우러진 패턴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유니크한 렌탈 하우스라서' 어울리는 디자인은 아니고, 평범한 우리네들의 집 한켠에 걸어두어도 꽤 멋스럽게 느껴지는 제품들이었다.   


날씨가 풀렸다지만, 이화동의 언덕길을 올라오면 계절에 관계없이 누구나 약간의 피로함은 느낄 수 있겠다. 숍 구경은 이 정도로 하고, 이화루애를 본격적으로 구경해보도록 하자. 1, 2층의 숙박객을 위한 공간은 숍과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 출입구 역시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화루애의 1층 파티룸. 상주하는 직원은 없지만, 스테이폴리오의 룸 스프레이 향과, 아티스트 프루프의 최동열 아티스트가 선곡한 음악이 큰 볼륨으로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밝다. 8인석의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꽤나 넓게 느껴진다. 이름 그대로 파티룸으로서의 역할은 잘 해낼 듯싶다. 커다란 테이블을 채우기 위한 부엌 역시 쾌적하다. 두어 명이 서 움직여도 크게 복잡하지 않고, 커다란 냉장고와 조리기구들은 많은 식자재를 다루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넉넉한 글라스 인심이 마음에 든다. 와인잔도 넉넉하고, 유리잔과 머그잔도 아주 많다. 시끌벅적하게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물도 마시고, 커피를 마셔도 중간중간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 하나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행복한가.


드롱기 아이코나 빈티지 시리즈의 토스터, 커피포트도 보인다. 커피포트, 토스터의 역할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아니지마는. 통일성 없이 중구난방으로 가져다 둔 (단어 그대로 목적만을 위한) 구성보다는 당연히 더 깔끔하고, 공간에 대한 호감으로 바뀌게 된다.  1층 출입구에는 커다란 화분과, 5단 선반이 좌측,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화분이 참 좋다. 화분은 크면 클수록 좋다. 커다란 화분이 자리 잡은 공간은 신선하고, 상쾌하게 느껴진다. 우리 집에도 하나 놓고 싶은데. 고민을 아무리 해도 각이 안 나온다.  


공간을 채우는 싱그러운 향이 매력적이다. 조금 두리번거려보니 선반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스테이폴리오에서 준비한 듯하다. '달 먹는 밤'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룸 스프레이.  


아이보리 컬러의 마샬 스탠모어 스피커. 스피커는 AUX 단자로 아이팟과 연결되어 있다. 아이팟에 담겨 있는 음악은 위에도 잠깐 언급했듯이, 트럼펫 연주자인 최동열 아티스트가 선곡했다고 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덕분에 꽤 늦은 시간까지 그 누구도 본인의 스마트폰을 연결할 필요가 없었다. 뛰어다니면서 놀 만큼 엄청 넓진 않지만, 성인 대여섯 명이 즐겁게 술 마시고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따뜻한 노란색 조명은 술이 올라 발그레해진 얼굴도 적당히 가릴 수 있다. 테이블과 의자의 질감도 참 좋다. 늦은 시간 두어 시간 앉아 수다를 떨어도 불편하지 않다.  


공간을 가득 채운 아낌없는 노란 조명. 관리는 분명 힘들겠지만, 파티룸의 무드를 만들기에는 이보다 나은 선택지는 없겠지.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기 전, 테이블에 가만히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시간조차도 조명 덕분에 괜히 분위기가 생긴다. 얼핏 보면 세련되고 감각적이다,라고 느껴지는 공간이겠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50년대 적산가옥의 골격을, 시간을 찾아볼 수 있다. 오래되었지만 편안한, 시간의 흔적은 간직했지만, 고리타분하지 않은 공간. 2층으로 올라가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1층 파티룸에서 문을 열고 나와,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을 열고 올라가야 한다. 1층에서 2층으로 바로 이어지는 문이 없다. '프라이빗 스테이'라고 이름 붙은 2층의 공간을 명확히 분리하기 위한 구조이긴 하겠으나.


프라이빗 스테이라고 불리는 2층 공간. 2개의 커다란 침대가 준비되어 있으며, 최대 2인의 침구류를 추가로 요청할 수 있다. 한 공간에 2개의 침대가 있어 불편하지 않으려나 걱정했는데,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접이식 벽이 있어서 의미 없는 걱정이었다. 양 끝에 큰 침대 2개, 가운데에는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 부엌과 커피 한 잔 즐기기 적당한 소파와 테이블. 화장실 역시 2개가 준비되어 있다. 계단 쪽 침대에 위치한 화장실과 샤워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간은 분리되어 있으나, 슬라이딩 도어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함께 사용하는 독특한 구조. 계단 근처에 있다 보니 공용 화장실 같은 구조다. 화장실 어메니티는 이솝.


1층 파티룸에 아주 커다란 부엌이 있긴 하지만, 2층에서도 간단한 조리는 가능하다. 다만, 냄새가 많이 나거나 기름이나 연기가 발생할 수 있는 음식은 안내에 따라 1층에서 조리하도록 하자. 2층에도 역시 드롱기 커피포트를 만날 수 있다. 전자레인지 위에는 야마하 아이팟 도킹 스피커가 있다. 1층 만큼은 아니지만, 넉넉한 볼륨으로 즐겁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과 캡슐도 준비되어 있다. 1,2인보다는 여럿이 이용하는 파티룸의 성격이 있다 보니, 캡슐 개수 역시 넉넉하다. 


개인적으로 2층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던 소파와 테이블 공간. 매터앤매터의 4인 소파가 준비되어 있다. 원목 느낌의 프레임은 아주 단단하고, 쿠션감은 적당히 푹신하다. 1층에서 즐겁게 술을 마시고, 2층에서는 아직 여흥이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여기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와인 따위를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쿠션과 스툴 위에 놓인 작은 수첩 역시 아티스트 프루프 디자인.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심플한 공간에 적당한 포인트를 만들어 주는 오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저 쿠션도 하나 사고 싶은데.


소파가 놓인 공간을 가장 좋다고 한 이유. 너무 어둑해지기 전에 소파에 앉아, 정면에 뚫린 창을 가만히 바라보자. 창밖으로 보이는 20세기(처럼 보이는) 건축물의 지붕이, 마치 벽에 걸린 사진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심심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히스토리가 담겨있는 듯한 이화동의 한 장면을 담아놓은 것 같다. 


파티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화루애에 대한 거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1층을 차치하고 2층의 공간만을 즐긴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겠다. 둘이 와서 즐기기에도 너무 휑하거나, 부담스럽게 넓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아늑한 느낌이라면 설명이 가능할까. 침대가 넉넉하다 보니 투닥 거리다 각자의 침대를 쓰면서 잠드는 여유로움도 있겠다.


2층 역시 오래된 건축물의 골격이 그대로 남아있다. 적당히 천장 방향으로 조명도 넣어주어서 밤에는 아늑하고, 멋스러운 옛 건물의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 1층 파티룸에서 열심히 놀다, 시끄러움에 조금 지쳤다면, 2층으로 혼자 올라와서 TV를 보거나, 킨포크, 어라운드 등의 매거진을 보면서 쉬는 방법도 있겠다. 그러다 다시 심심하다 싶으면 내려가서 술도 한잔하고. 계단이 가파르니 오르내림은 조심해야겠다. 


다소 일정의 틀어짐이 있어서 함께 놀러 온 친구들은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여자친구와 나는 서로 간의 잠버릇이 고약함을 알고 있어서인지 두 침대를 각자 쓰면서 즐겁고 평온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다른 한켠의 침대. 역시나 넓은 사이즈의 침대가 있고, 한쪽에는 커다란 화분, 그 옆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공간이 붙어있다. 우측의 작은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면. 좁고 긴 테라스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다만, 근처에 다른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보니, 이른 아침에 조용하게 커피나 한잔하는 용도로 쓰는 편이 좋겠다. 물론,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여야겠지.  


창을 가리지 않고 잠에 들었다. 해가 뜨기 시작하는 새벽 근처, 낯선 잠자리 덕분에 일찍 잠에서 깨었다. 푸른빛이 올라오는 창 바깥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포근한 침대도 좋지만, 새벽 공기를 만나서 창문도 열어보고, 테라스도 왔다 갔다 해본다.  아티스트 프루프의 패브릭으로 가려진 공간에는 화장실이 있다. 계단 쪽 화장실에 비해 조금 더 넓게 느껴진다. 샤워를 하기에도 이쪽이 조금 더 편한 듯.  어메니티는 동일하게 이솝.  두 침실은 접이식 벽으로 분리할 수 있다. 아무리 친한 사람들이라도 잠잘 때 만큼은 개인의 공간이 필요할 수 있는데. 적당히 공간도 분리 시키고, 적당히 붙어서 지낼 수도 있다. 해가 슬슬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화루애에서 걸어서 5분 정도만 걸으면 낙산공원이다. 날씨가 흐려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일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바깥으로 나가본다.


낙산공원 올라가는 길에 이런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 몰랐다. 높은 언덕 위에, 좋은 전망과 함께 커피나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는 가게 몇 곳이 붙어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조만간 나도 저기 앉아봐야겠다.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익숙한 서울의 모습을 원경으로 만날 수 있다. 서울타워도 볼 수 있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멀지 않은 곳에 보이고, 강 건너 멀리 바라보면 롯데월드타워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날이 흐려서인지 멋들어진 일몰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의 낙산 공원,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니 기분은 좋다. 날씨가 풀려서인지 약간의 오르막길이 즐겁기도 하다.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이화동 골목길의 모습은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모습 덕분에 괜히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은 건 좋은 거고, 배가 고픈 건 고픈 거다. 분명 숙소 안에 있을 때만 해도 배고픈 느낌이 없었는데.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배가 고프다는 닦달에, 급하게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이화루애로 돌아간다.

   

커다란 부엌, 넉넉하게 준비된 주방 용품 등... 아무 의미 없다. 요리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귀찮음을 감내할 사람 역시 그 누구도 없다. 남이 해준 음식만큼 맛있는 음식도 없다지. 각자 취향에 맞춰 준비한 술과 함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음악과, 적당한 수다와 함께. 늦여름, 초가을의 공기를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만들었다.

 


EDITOR'S COMMENT


다시 시곗바늘을 돌려서 현재로 돌아온다. 이화동은 20세기 우리 시대의 아픈 기억과 21세기 현재 서울이 가지는 무드를 조금 비껴간 위치에서 만나고 있다. 어쩌다 한 번 날개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으러 가는 동네 정도, 낙산 공원을 오르기 위한 지나가는 동네 정도가 우리네들의 이화동에 대한 평소의 입장이겠다. 이화루애 역시, 이화동에 대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에 있어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프라이빗 한 파티나 스테이를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목적을 위해 방문했을 것이고. 그 목적에 있어 이화루애라는 선택지는 기대만큼 아주 좋은 결과물을 제공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파티룸으로서의 이화루애'를 여기저기서 많이 이야기했을 테니, 나는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대화의 소재로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분명 이화동에 켜켜이 쌓인 시간과 공간의 무게감이라는 것이 있다. 이화루애는 그런 이화동의 역사를 대변하는 잘 매만져진 오브젝트이기도 하다. 잠시나마 이 공간에 머무는 순간이, 오래된 동네의 지나간 시간 / 현재의 시간에 대하여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한 공간에서 모두 만난다는 것이 자주 있는 경험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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