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뉴욕
얼마 전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박준형 씨가 나와서 여행 중 인종차별을 받았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봤다. 예전에 뉴욕 갔을 때 인종차별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렇게 대처할걸, 왜 어색한 웃음으로 대처했을까. 미루고 미루며 컴플레인 레터를 쓰지 않았던 걸까?
내가 뉴욕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다고 느꼈던 건 우드버리 아울렛 내 스타벅스에서 한 번, 그리고 JFK공항 출국장에서 한 번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흑인이었지만 여행하면서 친절한 흑인도 많이 만났기 때문에 인종보다는 사람 자체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좋았던 기억도 많았던 뉴욕이지만 마지막 일정인 출국장에서의 인종차별 당한 기억은 5년이 돼가는 지금에도 유독 생생하다.
내가 뉴욕으로 여행 갈 때쯤, JFK공항은 보안이 강화되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입국장에서는 더 긴장되었다. 다행히도 입국 시 심사관이 참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출국장에서는 입국장에서와 같은 긴장은 되지 않았다. 밤 비행기라 너무 피곤해서 빨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출국심사 들어가기 전 탑승권을 확인하는 구간이었다. 모바일 탑승권을 보여주는 데 확인한 직원이 모바일 탑승권이 안 되니 종이 티켓으로 가져오라는 거다. 내 옆줄의 사람은 모바일 탑승권을 들고 있는데 왜 나만 안된다는 거냐고 물으니, 대한항공은 종이 티켓밖에 안되니, 다시 종이티켓으로 발급받아 오라는 거였다. 여태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다시 나가서 종이티켓으로 바꾸고 그 줄을 또 서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너무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한항공 창구에 가서 모바일 티켓이 안된다고 종이 티켓으로 바꿔 달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이 왜 종이 티켓으로 재발급하냐고 묻길래, "저기 직원이 대한항공은 종이 티켓으로 가져오래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입구로 와서 다시 줄을 서려는데, 대한항공 창구에 있던 남자 직원이 날 불렀다. 그러고는 나를 따라 입구에 들어서서 "어느 직원이 안 된다고 하나요?"라고 묻길래, 내가 서 있던 줄의 키 크고 마른 직원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더니, 대한항공 직원은 입구에 서 있던 TSA 직원에게 저기 서 있는 저 사람이 우리 티켓은 종이밖에 안 된다고 했다 하는데, 왜 우리는 모바일 티켓 사용이 안되냐고 물었고, 그 직원은 모바일 티켓 오케이고 문제없단다. 그러고는 그 직원은 나를 또 줄 서지 않게 앞으로 통과시켰다. 내가 통과해서 도착한 라인은 또 그 직원, 키 크고 마른, 종이 티켓만 사용 가능하다던 그 직원이었다. 다른 승객들은 티켓 확인만 하고 들여보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티켓을 보여줬다. 혹시 몰라서 모바일 티켓 대신 발급받은 종이 티켓을 보여줬다. 내 옆쪽 라인도 다들 티켓 확인만 하고 출국장으로 가는데, 이 직원은 티켓을 보고 나를 한번 쓱 보더니 또 티켓을 보고 나를 쓰윽 보고는 웃었다. 나는 다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 직원은 티켓을 바로 주지 않고 다시 나를 보며 실실 웃더니 티켓에 뭔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뭘 쓰고 있는 거지?' '보안이 강화되었다는데 나를 요주의 인물로 표시하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곤 티켓을 받았는데 너무 충격을 받아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행히 발급해 둔 모바일 티켓이 있어 출국심사 때는 그 종이 티켓을 꺼내지 않았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땡큐!'하고 그 구간을 나왔던 내가 참 멍청해 보였다. 종이 티켓에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서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12시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도착해서 며칠 동안에도 계속 티켓에 그려져 있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왜 그때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땡큐'라고 말해버린 걸까? 하는 생각들 때문에 안 좋은 기분이 더 오래 갔었던 것 같다. 이제는 이렇게 묵혀두지 않고 바로 바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박준형 씨가 나온 영상을 보니, 컴플레인 걸 때 무엇보다 발음이 중요하다던데, 하아...영어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
아직도 이 그림이 'ㅗ'를 뜻하는 욕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