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도연의 성찰– 말의 무게와 자유

말을 다루는 자유

by Surelee 이정곤


도연은 책상 앞에 앉아 연필을 손에 쥐었다.
낯익은 연필의 촉감, 종이를 긁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의 커튼 소리—
모든 감각이 그를 지금 이 순간으로 끌어왔다.
그는 한때 말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논쟁에서 승리하고,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날들.
하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 말들은 종종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그 자신조차 피로와 후회 속에 잠기게 한다.
“말이라는 건, 참 무거운 짐이야.”
도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책상 위 연필이 종이를 긁는 사각거림이,
그 무거운 짐을 조금씩 풀어주는 듯했다.
정원으로 나가자, 햇살이 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고, 바람이 흩날리는 풀잎 사이로 스며들었다.
손끝으로 풀과 흙을 스치며 느끼는 촉감, 새소리의 리듬, 흙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모든 것이 그에게 조용한 위안을 주었다.
도연은 흙에 무릎을 꿇고 잡초를 뽑았다.
손끝에 전해지는 뿌리의 탄력과 질감이, 마음속 무거운 말을 조금씩 녹였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이제라도 조심해야지.”
그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말을 삼키는 것이 아니라, 말을 다루는 자유를 배우겠다고.
팔연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오늘따라 좀 다르게 보이네, 형님.”
도연은 손에 묻은 흙을 털며 미소 지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연습 중이야.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아.”
정원 한켠, 잡초와 꽃이 섞인 땅 위에서
도연은 깨달았다.
말도 탓과 같아서 뿌리가 깊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지만, 말을 조심하고, 성찰하며, 마음의 경계를 지킬 수 있다면,
그 무게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저녁, 그는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았다.
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고, 새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햇살 대신 달빛이 얼굴을 감쌌지만, 마음은 여전히 따뜻했다.
심장이 뛰는 소리, 자신의 호흡, 손끝의 촉감—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
도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말도, 탓도, 마음속 감정도…
제자리를 찾으면, 결국 삶의 일부가 되겠지.”
그리고 그는 조용히 웃었다.
자유는, 말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웃음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