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과 삶의 완성
희심원 정원 뜰은 여전히 무성했다.
햇살이 잎사귀 사이로 스며들고, 바람이 풀잎을 흔들며 사각거렸다.
그 속에서 네 사람—현희, 재심, 팔연, 도연—은 각자의 마음을 조심스레 돌보고 있었다.
재심은 작은 삽으로 흙을 뒤집으며 말했다.
“이 정원, 우리 마음 같아. 잡초도, 꽃도, 함께 살아가는 거지.”
손끝으로 느껴지는 흙의 촉감, 물기를 머금은 뿌리의 탄력, 풀과 흙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그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이제 탓을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이 자라났음을 느꼈다.
현희는 꽃을 다듬으며 말했다.
“내 마음속 탓도, 이제 그냥 바라볼 수 있어. 뽑으려 들지 않아도 돼.”
햇살에 반짝이는 꽃잎, 잎사귀 사이로 새어드는 바람, 손끝에 남은 꽃가루의 부드러움—
그 모든 감각이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삶의 흔적, 후회와 미안함, 모든 감정은 이제 정원의 일부가 되었다.
팔연은 나무 그늘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나는 여전히 세상과 싸우기도 하고, 툴툴대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내 자신을 갉아먹지는 않아.”
그의 시선이 정원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며,
자신이 만든 작은 질서와 평화가 마음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도연은 벤치에 앉아 작은 노트를 펼쳤다.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 바람에 스치는 풀잎 소리, 머리 위 새소리—
모든 것이 그에게 말의 무게를 조절하는 방법을 일깨웠다.
“말도, 감정도, 탓도… 다 제자리를 찾아야 자유로워지는 거구나.”
네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웃음 속에는 더 이상 정답도, 판단도 없었다.
단지 오늘 하루, 서로의 마음을 함께 바라보고
잡초와 꽃이 어우러진 정원의 평화를 느낀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날 오후, 재심이 조용히 말했다.
“탓은 이제 그냥… 삶의 일부가 되었네.”
현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잡초가 자라도, 꽃은 피잖아. 마음도 마찬가지야.”
팔연이 웃으며 흙을 한 줌 덮어주고,
도연은 연필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유는, 탓과 함께 살아가는 데서 시작되는 거구나.”
정원에는 여전히 탓이 있고, 삶의 흔적이 있다.
하지만 네 사람은 알았다.
탓을 없애려 하지 않아도, 탓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마음을 기르고, 삶의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그날 저녁, 정원은 바람과 햇살과 풀냄새, 새소리로 가득했다.
네 사람은 함께 앉아, 손끝과 심장이 전해주는 감각 속에서
삶과 감정을 온전히 느꼈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탓과 꽃, 삶과 마음,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
이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정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