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과 꽃, 그리고 우리의 시간
정원은 여전히 살아 있다.
잡초는 자라고, 꽃은 피고, 이름 없는 풀들도 그 자리를 지킨다.
그 모든 것들이 서로 얽히며, 삶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현희, 팔연, 도연, 재심은
오랫동안 각자의 마음에 자라난 ‘탓’을 바라보며 살았다.
그 탓은 때론 두려웠고, 때론 무겁고, 때론 스스로를 갉아먹는 그림자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안다.
탓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 시간을 덮고, 꽃을 심고, 마음을 심는 일이라는 것을.
재심은 정원의 한가운데서 말없이 물을 주며 생각한다.
“잡초도, 탓도, 모두 내 일부였구나.
하지만 이제 그 위에 꽃과 시간을 덮을 수 있어.”
현희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속삭인다.
“어릴 적 그림자 같던 탓도,
이제는 나를 지켜준 시간의 일부였음을 알겠어.”
팔연은 웃으며 흙을 한 줌 덮는다.
“내가 가장 많이 탓했던 건 결국 나였지.
그걸 인정하고 나니,
누군가를 원망할 힘도, 나 자신을 미워할 힘도 필요 없더라.”
도연은 오래된 벤치에 기대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탓을 덮는 시간,
그건 결국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이었어.
이제 누군가가 떠올려도,
우린 이미 그 자리에 평화를 심어놓았으니까.”
정원에는 작은 팻말들이 서 있다.
[탓꽃], [후회꽃], [용서꽃], [오늘의 자리]…
그리고 그 옆에는 잡초와 꽃,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자란다.
누군가는 여전히 탓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을 탓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그 탓들 위에 삶과 시간, 사랑과 이해를 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덮음 위에 피어난 꽃들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스스로를 미워하기보다 살아있음을, 함께 있음을, 그리고 성장했음을 말한다.
네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말은 많지 않지만, 그 웃음 속에는 지난 시간의 무게와, 새로 덮인 시간의 가벼움이 함께 있다.
우리는 탓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탓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탓을 덮으며 피어난 꽃과 같은 시간 위에서, 오늘도 삶은 천천히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