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두 친구와 걷는 삶의 길 ― 반끄릇에서

by Surelee 이정곤

내 삶에는 오래된 두 친구가 있다.
이름은 이동태(動態)와 고정태(靜態).
듣자마자 누군가의 이름 같지만, 실은 내 안에서만 살아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내 생각의 한켠에서, 감정의 틈새에서, 오래도록 함께 걸어왔다.
동태는 늘 나를 밀어붙인다.
“움직여라, 나서라, 잡아라.”
그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거세다.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기회를 붙잡으려면 달려야 한다고.
정태는 그와 정반대다.
“멈춰라, 머물러라, 놓아라.”
그의 목소리는 파도처럼 잔잔하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삶은 여백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고.
나는 언제나 그 둘 사이에서 망설였다.
한쪽으로 기울면 숨이 차고, 다른 쪽으로 기울면 멈춰버린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망설임이야말로 내 삶의 리듬이었다.
동태의 재촉이 나를 앞으로 밀었고, 정태의 위로가 나를 다시 일으켰다.
그 사이에서 나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런 두 친구를 어느 날, 현실의 무대 위로 불러냈다.
태국 중남부의 조용한 어촌 마을 ― 반끄릇.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과 코코넛 나무,
그리고 저녁이면 바다 위로 내려앉는 금빛 노을 속에서
세 친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재심, 현희, 그리고 나.
우리는 그곳에서 ‘삼총사’로 불린다.
아침이면 해변을 산책하고,
낮에는 카페에서 여행자들을 맞이하며,
저녁이면 리조트의 정원에서 맥주 한 잔을 나눈다.
겉으로 보면 그저 평범한 은퇴자의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색과 감정의 결이 숨어 있다.
재심은 언제나 부지런하다.
“오늘도 새벽시장이 열렸어. 움직이자!”
그 곁에는 어김없이 동태가 있다.
반면, 카페의 문을 열고 커피 향을 퍼뜨리는 현희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옆에는 정태가 조용히 미소 짓는다.
“조급해하지 마. 오늘의 아침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나는 그 둘 사이에서 웃는다.
동태와 정태 ― 이 모순된 두 힘이 만들어내는 진자운동 속에서 삶은 늘 춤을 춘다.
움직임만 있으면 우리는 소진되고, 머무름만 있으면 우리는 시들어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일,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균형을 잡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반끄릇의 파도 소리와 카페의 웃음, 낯선 여행자들의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우리의 사유와 깨달음의 조각들. 그곳에서 동태와 정태는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우리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독자 또한 자신의 안에 그 두 친구를 품고 있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붙잡으라” 속삭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놓아라” 조용히 말하는 그 미묘한 긴장감 속에서 우리는 모두 살아간다.
오늘도 반끄릇의 바다는 잔잔하다. 해가 바다 위로 떠오르고, 나는 두 친구와 함께 천천히 길을 걷는다.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문득 묻는다.
“오늘은 누구의 손을 잡고 걸어야 할까?”
그러나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두 손을 모두 잡고 걸어야 한다.
움직이며 머물고, 달리면서도 멈추는 그 길 위에서 삶은 비로소 춤이 된다.
이제 그 길의 풍경, 그 리듬의 이야기를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