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시간과 공간이 마주 앉는 자리에서

by Surelee 이정곤

프롤로그
― 시간과 공간이 마주 앉는 자리에서


그날, 나는 두 스승을 만났다.
한 사람은 늘 흐르는 강물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유지금(流止今),
다른 한 사람은 언제나 한 자리에 머물러 세상을 품는 온여기(溫餘基)였다.
유지금은 말한다.
“지금은 흘러야 살아 있는 거야. 멈추면 사라져.”
온여기는 조용히 웃는다.
“여기는 머물러야 존재할 수 있어. 떠나면 잊히지.”
나는 그 둘의 대화를 자주 들어왔다.
그들의 말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자, 내가 서 있는 공간의 풍경이었다.
삶이란 결국, 그 스승같은 두 존재가 만나 빚어내는 작은 기적의 순간들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내일을 위해 오늘을 유예하고, 먼 곳을 동경하느라 '지금, 여기'를 흘려보낸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지금, 여기’에서만 존재한다.
행복도, 사랑도, 아픔도, 회복도 — 모두 이 시공(時空)의 교차점에서 피고 진다.
유지금이 없다면 시간은 멈추고, 변화는 사라진다.
온여기가 없다면 공간은 흔들리고, 기억은 흩어진다.
두 존재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채우며, 그렇게 삶의 파노라마를 완성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대화를 기록하려 한다.
흐름과 멈춤, 움직임과 고요,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
그 틈에서 피어나는 존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시공담》은 철학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세상의 결을 어루만지는 명상의 기록에 가깝다.
삶이란 유지금의 손을 잡고 시간의 강을 건너며, 온여기의 품에 기대어 공간의 향기를 맡는 여정이다.
삶은 늘 이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만 유효하다.
우리의 생명도, 행복도, 희노애락도 모두 이 시공의 대화 속에서 존속한다.
그러니 오늘, 잠시 멈추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당신의 삶에도 분명, ‘유지금’과 ‘온여기’가 함께 앉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