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흐름의 자서전

지나간 시간들이 보내온 편지

by Surelee 이정곤

《시공담(時空談)》
제1부 시간(時)의 서(書)

제1장. 흐름의 자서전 ― 지나간 시간들이 보내온 편지

나는 때때로 나 자신이 ‘흐름’ 그 자체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멈출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순간을 통과하며,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자취를 남기고 떠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시간, 혹은 그의 또 다른 이름 유지금이다.
유지금은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너는 늘 나를 탓하지만, 나는 단 한순간도 너를 버린 적이 없다.”
그 말에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내 안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었다.
그때의 미소, 그날의 눈물, 그리고 그 순간의 결심까지도 모두 시간의 문장들 속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 시간은 인간에게 잔인하다고들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잔인함은 정직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흐른 것은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흔적이 된다.
그 흔적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찾아가며, 다시 현재를 살아낸다.
살아온 날들은 나에게 늘 어떤 질문을 던진다.
“너는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니?”
그 물음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깨우는 시간의 목소리다.
과거의 나들이 모여 현재의 나를 이루고, 지금의 내가 또 다른 미래의 편지를 써내려간다.
나는 가끔, 기억 속에서 멈춰 서 있던 나를 만난다.
그때의 나는 불안했고, 서툴렀고, 그러나 간절했다.
유지금은 그 시절의 나를 부드럽게 감싸며 말한다.
“그때의 너 없이는 지금의 너도 없단다.”
시간은 흐르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형태를 바꾸어 기억과 경험, 그리고 나 자신으로 이어질 뿐이다.
지나간 시간들이 나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그 편지들은 후회의 언어로, 때로는 감사의 숨결로 쓰여 있다.
나는 그 편지들을 한 장씩 펼쳐 읽으며, 내 안의 과거를 다독인다.
그리고 시간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완성시켜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