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과 웃음 사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

by Surelee 이정곤


손길과 웃음 사이


시간을 버는 여자와
시간을 죽이는 남자.

그녀의 출근길에
그녀가 말했다.
“세탁기에 빨래 좀 돌려줘요.”
남자는 기꺼이 빨래를 돌렸다.
젖은 옷들이 물속에서 부딪히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돌아갔다.
그는 건조대에 빨래를 널었다.
하루를 털어내듯,
그저 해야 할 일을 했다.
마른 빨래를 걷은 건 그녀였다.
그녀는 남자의 속옷과 양말을
하나하나 반듯하게 접었다.
구겨진 자락이 펴질 때마다
그녀의 손끝엔 굽이친 계곡의 흐르는 물처럼 정성이 베어 있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었고,
그는 편리를 얻고 있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어차피 양말은 금세 신을 텐데,
굳이 반듯하게 접어둘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는 혼자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엔 고마움과 어색함,
그리고 묘한 따뜻함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난 작은 조화가
그의 하루를 조금 더 단정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여자는 음식을 만들 때
모양과 색의 조화를 살피고,
남자는 맛만 좋으면 된다고 여긴다.
그녀는 세상을 곱게 다듬고,
그는 세상을 단순하게 쓴다.
그녀는 모양을 세우고,
그는 기능을 찾는다.
그러나 서로의 차이가
엇갈림이 아닌 완성이라면,
그 둘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다.
상생이란,
한쪽이 흘린 땀을 다른 쪽이 닦아주고,
한쪽이 무심히 만든 것을
다른 쪽이 다듬어주는 일이다.
그저 그렇게
서로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삶은 조용히 균형을 찾아간다.
그녀의 손길이 지나간 빨래처럼,
그의 웃음이 묻은 공기처럼,
우리의 일상도
그렇게 다름 속에서 다정해진다.

"사랑은 닮아가는 일이 아니라,
다름을 곱게 접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