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초월공명현상
부활주일 아침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그 축복의 기운이 우리의 삶 속에도 잔잔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부활만큼 위대한 메시지는 드문 것 같습니다.
끝이라고 여겼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명,
그 의미가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되살아나
우리의 마음과 일상을 다시 약동하게 하기를 소망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활 신앙이 단지 믿음의 고백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안에 평안과 기쁨으로 자리 잡는
삶의 방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에 토마스와 시린의 영광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선한 행동을 보여주신 분들께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문득, 예전에 말레이시아에서 만났던 인연이 떠오릅니다.
웬과 그녀의 남편 빌리와 함께했던 시간입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첫번째 그들을 방문했을 때
흡연을 즐겨하던 빌리와 함께 담배를 피우곤 했습니다.
그때 저는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그 모습이 빌리에게는 깊은 인상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빌리는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았고
차 안에 재털이를 비치해 모아두었다가
정해진 곳에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이 사람은 배려를 아는 사람이구나”라는 신뢰로 이어졌고,
그 신뢰가 마음의 문을 열게 했다는 것을요.
그래서일까요.
그들은 제가 방문할 때마다 늘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정성껏 환대해 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큰 말이 아니라 작은 행동이라는 것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 고즈마현의 한 무인도에서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한 관찰 실험이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이 고구마를 가져다 놓자
어느 날 한 원숭이가 그것을 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행동은 점차 다른 원숭이들에게 퍼져나갔고
여러 개체가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던 어느 순간,
일정 수 이상의 원숭이들이 같은 행동을 하게 되자
놀랍게도 다른 섬에 있던 원숭이들까지
마치 공명하듯 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백 번째 원숭이 현상’입니다.
이 이야기가 과학적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하나의 작은 행동이
반복되고 이어지면
어느 순간 경계를 넘어
하나의 흐름이 된다는 것.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말자”는 수많은 안내문보다
단 한 사람이 묵묵히 쓰레기를 주워 제자리에 버리는 모습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 따라 하고
그 행동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은 규칙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게 됩니다.
부활도 어쩌면 그런 시작이 아니었을까요.
예수님께서 먼저 보여주신 사랑과 용서,
그리고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의 길이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이어지며
오늘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처럼 말입니다.
부활주일 아침,
우리가 누군가의 ‘첫 번째’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은 친절 하나,
작은 배려 하나,
작은 선한 선택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또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며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
결국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꾸는
‘백 번째’의 기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