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전 — 나와 세계를 꿰는 하나의 감각
우리의 삶은 흩어진 구슬 같다.
시간, 감정, 사건, 사람, 기억…
제각기 다른 빛깔과 결을 지닌 조각들이 너울거리듯 엉켜 있다.
그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로 꿰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통전(通全)’의 감각에 닿는다.
통전은 전체를 꿰뚫는 통찰이자, ‘나’라는 존재가 세계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깊은 실감이다.
이 감각은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스며든다.
정곤은 그날도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썰물이 빠져나간 갯벌 위로 노을이 내려앉고, 갈매기 울음과 파도 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바람 한 줄기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바위틈을 오가는 게들의 민첩한 움직임에도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세계 속에 스며든 하나의 파동처럼 느껴졌다.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세상 속에 포함되어 있다.”
그는 유튜브 영상 자막에 이렇게 적었다.
“나와 우주는 닮았다. 모두 흔들리고, 흐르며, 살아 있다.”
통전의 감각은 특별한 장소나 거창한 순간에만 깃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의 틈새, 작고 평범한 순간 속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누군가의 눈빛이 내 감정을 건드릴 때,
오래전 들었던 노래가 인생의 한 계절을 불러올 때,
식탁 위 김치 한 조각이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할 때,
그 조용한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세계와 연결된다.
작은 기억 하나가, 하나의 우주를 여는 열쇠가 된다.
팔연은 요즘, 갓 태어난 외손녀의 사진을 자주 들여다본다.
그 눈빛 너머의 내면이 건실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새 기도처럼 깊어졌다.
그는 자신이 자녀를 키울 때 지나쳤던 사소한 식습관, 가족 간의 거리, 마음의 벽, 억눌린 감정들을 함께 떠올린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몸은 마음이고, 마음은 관계다.”
부모가 평화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 때, 자녀의 내면과 외면도 조화롭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현희는 상담 중, 어느 날 한 내담자와의 대화에서 깊은 울림을 느꼈다.
말을 잇지 못한 상대의 숨결이 점점 낮아질 때,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의 호흡을 맞춰갔다.
말보다 호흡이 먼저 닿는 그 순간, 두 사람은 하나의 리듬으로 공명했다.
상처와 연민, 두려움과 신뢰가 얽히며, 전혀 다른 두 존재가 같은 파동으로 울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통전의 감각이다.
통전은 ‘전체를 보는 눈’이 아니라, 전체를 느끼는 감각이다.
삶의 단편 속에서 전체의 구조를 꿰뚫는 순간, 우리는 타인과 자연,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경계를 천천히 넘어선다.
‘나’라는 작은 존재가 우주의 일부임을 깨닫는 겸허함.
그리고 동시에, 이 우주 속에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경이로움.
이 두 감정이 함께 머무를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삶과 연결된다.
이 감각은 억지로 배우거나 억지로 일으킬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의 창을 열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사람의 말투, 바람의 결, 창밖으로 스며드는 저녁의 기척…
그 모든 것 속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나와 세계는 하나의 호흡이라는 사실을.
그것이 통전이다.
나라는 실과, 삶이라는 구슬들이 한 줄로 꿰어지는 순간.
그 감각은 어쩌면, 존재의 완성에 가장 가까운 형태인지도 모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