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흐름의 완성, 삶의 지혜로 (1)

통합 — 흩어진 조각을 하나로 엮다

by Surelee 이정곤

우리는 누구나 조각난 삶을 살아간다.
과거의 기억, 현재의 역할, 미래에 대한 불안, 관계 속 상처, 이루지 못한 꿈, 감추고 싶은 실패들까지.
삶은 종종 산산이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느껴진다.
그 조각들이 흩어진 채 남아 있을 때, 마음은 늘 허기지고 단절된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맞춰보는 일, 그 일이 바로 ‘통합’의 시작이다.
통합은 모순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순을 품고도 살아가는 힘이다.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평화를 나란히 놓고, 실패와 배움을 함께 바라보는 태도.
나 자신을 편집하거나 잘라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엮어내는 일.
그럴 때 삶은 조각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도연은 귀촌한 지 오래 지나서야 새집을 완공했다.
이제는 틈만나면 주변을 가꾸는 일로 바쁘다.
앞마당에 서서 바라보는 산등성이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그 풍경 앞에 서면, 도연은 문득 지난날의 기억에 젖는다.
일과 자녀 교육 사이에서 매번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소홀해야 했던 젊은 날의 자신.
때로는 자녀들에게 내지 않아도 될 화를 내고 돌아서며 후회했던 순간들.
그 기억들이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되살아난다.
그럼에도 도연은 요즘 가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나였다.”
후회와 자긍심을 따로 떼어내지 않고, 함께 껴안는 시간이다.
통합이란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삶을 미화하지 않고, 흠집 난 조각들까지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엮는 일.
그는 이제,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정곤은 최근 노트북을 열고, 그동안 써두었던 시조와 단상들을 에세이로 엮고 있다.
그중에는 20대의 방황이 녹아 있는 글도 있고, 이혼 후 두 딸과 헤어졌던 날의 시도 있다.
예전엔 그 글들이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조각이 모여 하나의 궤적이 되었음을.
점과 점이 선이 되는 과정.
그 궤적을 자각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흩어진 사람이 아니다.
통합은 완벽함의 다른 말이 아니다.
오히려 완전하지 않음을 껴안는 상태다.
상처와 흠집, 어긋난 관계까지도 삶의 일부로 포용할 때.
그것들을 더 이상 숨기거나 지우려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진정한 통합의 문 앞에 선다.
마음의 틈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용기.
그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현희는 여성폭력 피해자들의 상담을 맡을 때, 종종 상대의 삶이 파편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럴 땐, 조용히 자기 안의 조각난 시간들을 떠올린다.
그녀가 살아남아야 했던 시간들, 다시 사람을 믿기까지의 여정, 두려움과 연민이 교차하던 순간들.
그녀의 공감은 이렇게 개인의 통합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누군가의 통합을 도울 수 있는 힘이 된다.
결국 통합이란, 내 삶의 모든 조각들이 하나의 의미 있는 모자이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부서지고 다친 조각도, 빛나지 않는 조각도, 이 이야기 속에 반드시 있어야 했던 한 장면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깊은 지혜와 평화를 향해 나아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