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이라는 이름의 풀 한 포기
어느 날, 우리 집의 정원 '희심원' 한쪽에서 낯선 식물 하나를 발견했다.
잎사귀는 제멋대로 뻗어 있었고,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손끝으로 흙을 파헤치자, 뿌리 끝에서 축축한 흙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바람이 지나가며 흙냄새와 풀 향기가 뒤섞였고,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손바닥 위 흙의 촉감으로 온몸을 따뜻하게 감쌌다.
주변에 물어보니 사람들은 말했다.
“그거? 집집마다 나는 잡초야. 그게 바로 탓이야.”
사람들은 그 식물을 ‘잡초’라 불렀다.
뽑아도 뽑아도 자라고, 땅속에서 힘겹게 뻗어나가는 뿌리를 쉽게 놓지 않는, 아예 포기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도 많은 그런 풀.
그때 문득, 마음속 풍경이 떠올랐다.
‘내 탓이야’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날들.
가슴 한켠이 조이는 듯 숨이 막히던 순간들, 손끝까지 저릿하게 아픈 그 날들.
‘다 네 탓이야’라고 분노를 뿜어냈던 순간들.
말 한 마디, 눈빛 하나에 숨어 있던 미세한 떨림과 울림이, 지금 이 잡초의 뿌리처럼 마음속 깊이 자리잡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든 감정의 밑동엔 이름 모를 잡초 한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그 풀의 이름은, 아마 ‘탓’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잘못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손바닥 위 흙처럼, 발바닥 밑 땅처럼, 우리 삶의 한 켠에서 조용히 스며들어 자라는 존재였다.
이 책은 그 ‘탓’과의 깊숙한 만남의 기록이다.
탓을 뽑아내려 했던 날들, 도리어 탓을 품어야 했던 순간들,
그리고 탓이라는 감정에 꽃말을 붙여주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탓을 없애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탓은 지워야 할 감정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줘야 할 마음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원 한가운데, ‘탓’이라는 이름의 꽃을 심는다.
잡초처럼 뽑아내기보다, 때로는 물을 주고, 햇살을 안기고, 손끝으로 가만히 스치며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어느 한 자락을 이해할 수 있다.
그 풀잎 위로 햇살이 내려앉을 때, 바람이 지나가며 잎 끝을 살짝 흔들 때, 탓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바라보고, 느끼고, 돌보며 제자리를 찾게 해주면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자신만의 ‘탓꽃’을 한 송이 심게 되기를 바란다.
뿌리가 깊고 잎이 엉킨 날에도,
햇살과 바람 속에서, 작은 손길 하나에 조금씩 삶이 풀려가는 것을 느끼게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잡초가 꽃으로 변하고, 탓이 가르쳐주는 무늬와 흔적 속에서 독자의 마음이 평화로운 숨결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