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어렸을 때부터 난 예민한 사람이었다. 일곱살짜리 꼬마아이가 자기 집이 아니면 잠이 안와 새벽 네 시까지 못 자고 그랬으니까. 시계 소리는 잠을 더 달아나게했고 양을 백한 마리보다 더 셋겄만, 하루종일 뛰어다녀도 잠을 잘 못잤다.다른 친구들은 다 곯아떨어지는데 나만 눈이 말똥말똥했다. 엄마가 이모들과 대화의 장에서 빠져나와 내 옆에서 같이 있어줘야 눈이 감겼다.
그러부터 20년은 훌쩍 지난 지금도 잠자리에 예민한 건 마찬가지. 비단 잠자리에만 예민함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관계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오해에도 남들보다 크게 쉽게 감정을 요동쳐하고, 오랫동안 마음 속에 간직한다. 타인이 건네는 아무 의미 없는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평상시에도 눈치를 많이 보는 건 내 주특기이다. 이런 나의 예민한 성질이 어떻게 생긴걸까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답은 부모님에게 있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예민한 성격을 갖고 계신데, 예민한 사람끼리 결혼해 애를 낳았으니 그 아이의 예민함은 예민함x2가 되어버린걸까.
예전엔 예민한 나의 성격이 싫었다. 일상에서 나에게 계속 따라다니는 에너지 소비와 불충분한 휴식이 인생을 몹시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예민함이 '부정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나의 이러한 예민한 성격때문에, 친구들에게 주는 생일 선물 하나에도 몇 주를 고민하는 성격때문에, 그들이 조금 더 웃을 수 있고 결국 그 사랑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걸 수토록 경험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예민러들이여, 예민함은 재능이다. 부디 너무 괴롭진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