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너의 달리기
교대 근무를 하는 나는 5일 중 이틀은 오후 출근을 하는데, 보통 오후인 날은 느즈막히 일어나 남들보다 하루를 늦게 시작하고 늦게 마무리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늦게 마무리하는 것보다 늦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정확히는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어 오후 근무를 생각보다 꽤 잘 보내고 있고, 몇 개월 째 이 사이클에 적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전 스케줄이 삼일이나 있기 때문에 출근 시간과 상관없이 아침 7시가 되면 꼭 눈이 한 번 떠지는데,
이 때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출근 전에 운동도 하고 카페 가서 공부도 하고 한 번 갓생 살아볼까?'
'아 세 시간이나 더 잘 수 있다니. 이런 축복을 기어코 뒤집을 이유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결같이 후자의 승률이 매우 좋은편.
이는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아스날 FC와 6부 내셔널리그 하위권 메이든헤드 유나이티드 FC의 경기가 열렸을 때 승부예측률과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매년 FA컵에도 한 두 경기씩은 꼭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가. 그것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
전자의 내가 이겨 오전 러닝을 하고 출근을 했다.
미세먼지가 매우 좋지 않고, 일어나자마자는 추위를 엄청 타는 스스로의 체질을 고려하여 실내에서 뛰기로 결정하고 목표는 3km로 잡고 뛰었다.
공복 유산소 이 녀석 보통이 아니구나. 심박수가 곧 하늘을 찌르기 직전이다.
선택이 아닌 생존의 인터벌 달리기를 마치고 내려왔다.
러너에 있어 계단식 상승 순서가 있다면, 3->5->10->20,하프->풀마라톤으로 가는 순서에서 난 아직 극초반에 해당된다. 달리기를 취미로 시작하긴 했지만, 중간중간 쉬는 기간이 거의 다 였다보니 훈련랑은 아직 nrc 그린 레벨의 초기 단계에 그친다. 한 편으로는 그동안 성실히 하지 못했던 스스로가 참 아쉽기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본격적으로 각잡고 달리면 미래의 내가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번 겨울엔 '영하'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에 결코 지지 않을테야.
기왕 시작했는데, 사두사미보단 사두용미가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