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여행의 이유>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읽으며 좋았던 문장들 1,2,3
1.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2."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3.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즉 특별한 존재(somebody)가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자', 노바디(nobody)'일뿐이다."
4. 여행하니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신영복 선생님이 <담론>에서 말씀하셨다.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내가 추구하는 여행자의 모습은 물리적 여행자가 아닌, 머리에서 발까지의 여행을 자유자재로 떠나는 여행자의 모습이다.
5. 내게 여행이란 매개다. 현재의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게 돕는 소중한 의식이다. 책을 펴 행간 사이를 살피는 일도 내겐 여행이고, 온전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위해 요가 매트 위에 서는 것도 내겐 여행이다. 심지어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내겐 여행이고. 너무 진부한가. 나는 매일이 여행길인데, 그래서 여행 욕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