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도이치 <진리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제목부터 너무 좋았다. 물론 원제는 <The Beginning of Infinity>라 원제가 주는 느낌과는 전혀 다르지만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한국어판 제목에 잘 녹였다. 진리가 바뀔 수도 있다는 내용을 총 18개의 파트를 통해 설명했고, 주로 과학, 수학, 역사,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식이나 진리 자체가 시사하는 바보다는 진리를 향한 담론과 저자만의 관점이 흥미진진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게 용기를 주는 지점이 참 많았다.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용기를 주는 목적의 책은 아닐 텐데 말이야. 아마 지금의 내가 현재의 상황을 딛고 도약해야 해야 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모두가 아닐 거라고 하는 거대 담론에 저항하며,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아울러 이 세계의 저자의 관점, 즉 지식 진화에 대한 믿음이 정말 맘에 들었다. 좋았던 구절 세 가지를 한 번 공유해본다.
"지식 창출에 대한 모든 한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앞으로 창출해야 할 개념의 내용도 그 효과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제한은 지식의 무제한 성장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다음장에서 설명하겠지만, 필연적 결과이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동아리의 문답식 형태의 논증을 두고)... 이론의 신뢰성에 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도 이론이 세대에서 세대로 정확히 전달되는 것은 바로 이런 방식이기 때문이다. 많은 방해가 있기는 하지만 비과학적 분야도 서서히 이런 방식이 되어 가고 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다양한 종류의 무한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는 몇 가지가 있다. 진보하거나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사고방식은 오직 하나뿐이며, 그 방식은 바로 창조성과 비판을 통해 좋은 설명을 찾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무한함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이 무지의 무한인지 지식의 무한인지, 옳은지 그른지, 죽음인지 삶인지 그것뿐이다."
관성, 대다수, 경향에 대한 확언은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고, 영원한 진리가 아님을 이렇게 책을 통해 알면서도 영원한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 지식보다는 감정이 설득에 영향을 줘서 그런 것 아닐까. 이를 막는 것은 계속해서 의심하고, 질문하고,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게 참 고차원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이는 나 절대 혼자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에 좋은 질문을 만드는 장치들은 많이 만들어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장치 중 하나가 내겐 책, 대화,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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