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일의 격>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시절, 트루먼의 집무실 책상 명패엔 이 문구가 새겨있다. ‘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뜻.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맞서 해결하겠다는 비장한 의지와 남을 탓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어서- 대학 다닐 때부터 좋아했던 말이다.
그런 사람이 1인분의 몫 그 이상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그런지 내가 해야 하는 일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내겐 진짜 어색하다. 그런 경향성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라퍼처럼 온 팀을 헤집는다. 어떻게 해서든 결과를 만들겠다는 모습이 남들에겐 과한 욕심처럼 보이진 않을까, 월권일까, 민폐일까 자주 검열하기도 하고. 아 근데 또 금방 잊고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고군분투 중이다.
내게 커리어 변곡점처럼 느껴지는 올해의 2분기에 <일의 격>이라는 책을 만났다. 몇 주를 거쳐 읽으면서 이 책에 띠지에 나오는 문구 ‘성장하는 나, 성공하는 조직, 성숙한 삶’에 대해 숙고했다. 삶과 일을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반가웠고, 책장을 참 많이도 접었다.
몇 달 전, 내가 파트너로 참여하는 트레바리 <마케팅 유레카> 클럽에서 영웅님이 퍼스널 브랜딩 워크샵을 열어주셨는데 워크샵 말미에 영웅님이 내게 해 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민경님은 “요령 피우는 허슬러”라고. 힘줄 때 힘주고, 뺄 때를 잘 알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내가 지향하는 모습을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해주시다니. 으아 정말 감사해. <일의 격>에서도 나오는 ‘때로 뺀돌이가 되어라’라는 부분이 바로 생각났다.
책 전반의 내용도 과한 결의, 다짐, 완벽함보다는 배움의 즐거움, 실행, 피드백의 중요성이 주된 내용이라 상당 부분 끄덕이며 읽었다. 그렇지만 또 현업에서의 적용은 다른 문제니까, 어떻게 이를 잘 적용시킬 수 있을까 몇 주 동안 고민했다. 이 책에 나온 55개의 나온 내용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고 실행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라고 나온 책은 아닌 것 같고. 나는 그냥 뺀돌이처럼 ‘Be-Do-Have’ 프레임워크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나 깨달은 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대부분의 통찰은 이 순서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즉, Be-Do-Have라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존재이므로(Be), 어떤 것을 행할 수 있고(Do), 그 결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유(Have)한다는 것이다.”
요령 피우는 허슬러라서, 효율적으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그 결과 조직에 큰 임팩트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태도만 좋은 사람 말고, 결과로 보여주는 사람. 선포하면 그렇게 된다고 하니까, 계속 선포하고 그대로 실행하면 되는 거겠지.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련다. 이미 나는 일 하는 과정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뭐 상관없어. 아님 말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