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잘 잊히지 않아

브루흐 -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사단조, 작품 26

by 심민경

8년 전이겠지, 아마. 부활절 방학을 앞둔 유난히도 화창한 봄날 오후였다. 몸이 갑작스레 나빠져 심난하고, 무서운 마음을 달랠 겸, 병원 가는 길에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는 우연히 알게 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이 흘러나왔다. 선글라스를 끼고 걸어도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화창하고, 찬란한 날, 나는 영국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던 날에 들었던 곡이다. 그래서 항상 이 곡을 들을 때면 눈 뜨는 게 힘들 정도로 강렬한 햇살과 그날의 공기가 떠오른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에서는 늘 속수무책으로 뭉클해진다. 가끔, 위로의 말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날 필요한 곡이다. 말은 꽂히지만, 음악은 스며든다.


4월 16일, 떠올리는 것도 버거운 그러나 꼭 이 날을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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