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지옥철에서 듣기엔 영 어색해

모차르트 - 디베르티멘토 K.136

by 심민경

콩나물 시루 같은 9호선 급행열차에 타기 전, 나는 늘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이건 텔레포트야. 잠시 한눈팔고 있으면 금방 도착할 거야.’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출근 동지들이 만들어낸 조류에 휩쓸려, 눈 둘 곳 없이 숨죽이고 있으면 어느새 일터 근처에 도착한다. 마치 노예선에 승선한 느낌처럼, 아니다 화물선에 적재된 느낌이 더 정확하겠다. 우리는 실리고, 적재되고, 하차된다.

날개뼈를 들어 올릴 공간도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든 30분의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겠다고 영문 기사를 찾아보고, 전자책도 읽고, 짤막한 글도 써본다. 그러다가 오늘은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라장조 K.136을 들었다.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당대 귀족들로부터 외주 받아 작곡한 디베르멘토 중 하나. 그래서 그런지, 마냥 경쾌하고, 밝고, 천진난만한 느낌이 든다.

칵테일 잔이나 와인 잔을 들고, 연회장을 한가로이 배회해야 할 것 같지만, 실제 나는 주변 동지들 사이에 끼여 팔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신세라니. 장조 음색에도 제대로 희유할 수 없는 상황이 웃겼다. 아 잠깐. 모차르트도 자본주의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프리랜서 작곡가였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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