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리뷰
존중의 생김새 그리는 드라마
세심한 관찰로 오롯하게 이해해
상대 선택지 평가하지 않고 지지
존중 있어서 도망 성공해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드라마는 존중의 생김새를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제목으로 붓터치를 시작한다. 제목을 풀어보면 이렇다. '두렵거나 무서우면 도망쳐도 돼. 당장은 부끄럽지만 어쨌든 도움은 되니까.' 해당 제목은 헝가리 속담에서 왔다는데 확인은 어렵다. 헝가리는 개인 간 존중이 정착한 개인주의 문화다. 작가가 이를 고려해 그곳의 속담으로 설정했으리라 추측해본다. 존중은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드라마 1화 장면에 나타났다. 관찰과 선택이다.
관찰은 상대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나의 관점에서 상대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그를 상상한다. 상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면 행동부터 마음까지 무엇이든 관심에 둔다고 할 수 있다. 모리야마 미쿠리(아라가키 유이)는 심리학을 활용해 상대를 파악했다. 미쿠리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취업이 되지 않아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임상심리학 석사과정까지 마쳤지만 당장 취업하는 덴 도움되지 않았다. 그의 전공은 가사 대행 도우미에서야 빛을 발했다. 아버지 소개로 아버지의 지인 츠자키 히라마사(호시노 겐) 집에서 가사를 하던 중이었다. 미쿠리는 고용인 츠자키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포착했다. 며칠 지나자 "선을 대략 알 것 같다"며 츠자키 맞춤형으로 가사를 속속들이 처리했다. "여느 때보다 방이 밝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츠자키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미쿠리는 세심한 관찰로 상대를 오롯하게 이해했다.
선택은 여럿 가운데 일부를 고르는 것이다. 사람은 통념과 맞서거나 어울리지 않은 선택지를 종종 마음에 품고 있다. 존중의 맥락에선 엉뚱한 선택지조차 누군가와 공유하고 함께 선택한다. 미쿠리는 츠자키에게 계약 결혼 형식으로 자신을 고용해달라고 제안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가사 노동을 원하는 남자와 가사를 좋아하는 여자의 매칭이었다. 가사 대행 서비스에 대해 "고맙습니다"라고 츠자키가 말한 직후였다. 통념과 맞지 않은 제안에 츠자키는 당황했다. 며칠이 지나자 이번엔 츠자키가 통념과 어울리지 않은 선택지를 미쿠리에게 건넸다. 자신(츠자키)이 감기로 아픈데, 아이스크림과 약을 사다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다. 이때 미쿠리는 어떤 의문도 품지 않고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 침대에서 끙끙대는 그에게 다가가선 "초코, 바닐라 어떤 거 좋아하세요?"라 묻곤 "약도 놔둘게요"라고 덧붙였다. 감기에 걸렸는데도 아이스크림을 선택한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츠자키는 선택을 존중 받았고 다음날 그는 건강을 회복했다. 곧이어 그는 미쿠리의 채용 전환형 결혼을 받아들였다. 서로를 존중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중요한 건 사회의 모범답안이 아니라 상대의 선택이었다.
이 드라마는 관찰 장면으로 존중의 윤곽을 그렸고 선택하는 장면으로 존중의 내용을 채웠다. 미쿠리는 관찰로 츠자키를 이해했다. 츠자키의 선택지를 따지지도 않았다. 츠자키는 미쿠리의 엉뚱한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서로를 존중해 단절과 통념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존중하는 건 부끄럽지만 도망치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 자료
- Kotra 해외시장뉴스, <한국-헝가리, 어떻게 다를까>
사진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1화 일부 장면, wav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