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군대에서 무고 피해자였습니다.

갑질보다 더한 을질의 시대

by 창업하는 선생님

한창 #me too 운동이 한창이고 여기저기서 폭로와 그 뒤로 '무고'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었다. 뉴스 기사 속 [무고]라는 단어는 나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내가 약자여서 피해받건 그 시절이 한이 맺혔고 너무나도 괴로웠기에 신병들과 후임들에게 항상 따뜻한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해왔었다. 신병 인솔을 할 때에는 딱딱하게 굳은 신병들에게 농담도 던지고 질문도 주고받고 군생활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를 항상 해왔었고, 후임들에게도 항상 웃어주며 인사를 받아왔었다. 같이 근무를 들어갈 때에는 군 생활하며 알면 좋을 팁들도 알려주었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거짓이라는 것처럼 난 항상 후임들에게 많은 관심을 써왔다고 난 자부하고, 계급을 떠나 인간적으로 다가가고자 했었다.


그런데 전역이 몇 달 안 남았을 무렵 난 '마음의 편지'에 찔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약자가 오히려 강자인 세계


여성은 남성보다 약자로 인정받는다. 후임은 선임보다 약자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약자는 강자로 보이는 자를 신고하면 특별한 권리가 생겨난다. 약자로 보인다는 이유로 피해자로 인정받고, 강자는 자연스레 가해자 취급을 받는다. 한 문장의 선동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수십 장의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 프레임은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은 말년 휴가를 나가고 복귀하는 나와 맞후임에게도 씌워졌다. 휴가를 복귀한 나는 곧바로 생활관은 분리가 되었고, 부대장은 나에게 그 어떠한 진술도 받지 않고 나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꾸짖기까지 했다. 강자라는 이유로 나와 맞후임은 가해자로 낙인찍혀버린 것이다. 오직 일방적인 '약자'의 진술만 있을 뿐인데. 타노스의 핑거 스냅 마냥 '약자'는 자신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손가락 까딱했고 그 선동 한 줄에 이미 유죄 판결이 나버린 것이다.


선임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함에 있어 검열과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이등별은 그 어떠한 견제도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그들은 약자적 입장에서 상대방을 파멸로 이끈다.


그들의 견제 없는 권력 앞에서는 법치주의의 중요한 원칙인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이 설정해야 한다는 '죄형법형주의'도 사라진다. 선임은 폭언 - 욕설 - 폭행 - 성희롱 - 부당한 지시 등 그 어떠한 명확한 혐의가 없음에도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다. '강자는 가해자, 약자는 피해자'라는 프레임 앞에서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게 만들겠다는 '무죄추정 원칙'도 사라진다. 피해자의 눈물이 곧 증거이고, 약자는 그 자체로 걸어 다니는 증거가 되고, 약자의 진술은 법관의 유죄 선언이 된다.



내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이유


생활관 분리가 된 후 난 밤잠 설치며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나 - 그 피해 호소인에게 내가 그렇게 나쁜 짓을 했나? 내가 정말 범법이나 규정에 어긋나는 나쁜 짓을 하고 제삼자가 보아도 지탄받을 행동을 실제로 했다면 억울함조차 없을 터인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내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정도로 대죄를 지었는지는 도무치 머릿속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았다.


억울함과 불안함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길 며칠, 징계 위원회가 실시되기 전 사실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실조사를 진행하는 간부는 단 한 문장에 대해서만 나에게 말했다.


XX야 OO에게 '너 군생활 곱창 났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니?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도 없는 이 말 한 문장이 나와 맞후임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생활관 분리가 되고, a4 여러 장의 진술서를 쓰고, 징계위에 회부도 되었다는 불명예를 얻게 되고, <DP> 속 황 병장 같은 병영 부조리 가해자 취급을 받게 되는 이유라니. 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백 번 천 번 양보를 해서 내가 실수로라도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후임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난 온갖 심적 고통을 받고 법적 공방을 준비했어야만 하다니

성희롱- 성추행 성관련 법규 위반이 없었음 애도 / 절도, 가혹행위, 폭력이 없었음에도 / 육군 규정에서 말하는 -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그 어떤 행위도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 피해자의 삔또가 상했다는 이유로 즉, '기분 상해죄'로 징계위원회로 회부되다니. 위법 행위를 안 해도 후임이 내 말과 행동에 자존감 떨어지면 징계위원회로 회부되는 것이 법과 정의란 말인가? 일개 개인의 기분에 따라 입건이 되고 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신경 쓰는 '감정 노동'까지 해야 한다는 게 말이냐 방귀인가?



결국 무혐의...


나의 분노 억울함의 가득 찬 진술서 덕분일까? 징계위원회 위원들도 인간이기에 이게 말도 안 되는 입건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나와 맞후임은 나란히 무혐의 처분을 받고 징계위원회는 끝이 났다.


결국 날 옹호하고 지원해주는 것은 내가 쌓은 선업의 결과였던 거 같기도 한다. 평소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자 열심히 군생활을 해왔던 것을 간부가 좋게 봐주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항상 웃으며 따뜻하게 후임병들에게 대해서 후임병들이 작성해준 탄원서 수십 장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솔직히 일방적인 의견에 따라 이게 징계위원회에 회부될만한 사건인지조차 모르겠다.


만약 내가 옛날 나의 선임들이나, 다른 분대장들처럼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 걸걸한 욕설 한마디 던졌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징계위원회에서 받을 수 있는 처분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휴가제한 - 군기 교육대 (옛날 영창) - 강등....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 것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기 위한 팁 + 갑질보다 더한 을질의 시대


위에서 말한 처분 없이 무사안일하게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팁들은 다음과 같다.

후임병들에게 폭언, 욕설은 절대 하지 말라. 특히나 욕! 후임이 진짜 말도 안 되는 개 짓거리를 하더라도!!!

성희롱 - 병사들 뿐만 아니라 여군들에 대한 성희롱은 하지 말자. 대상관모독 + 성 관련 법규 위반 이중 크리가 터질 수 있다.

혼을 내더라도 따로 안 보이는 곳에서 하지 말고 증인이 있는 곳에서 하고, 장소 + 시간 + 혼을 내는 사유를 기억 혹은 작성해두자. 나처럼 '기분 상해죄'로 입건되더라도 날 방어해줄 수 있을 테니까.

분대장이 아닌 경우 지시나 명령을 하지 말아라.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 간에는 지시나 명령이 불가능하니까.


군필자나 현역 용사 같은 경우 몇몇 개는 말도 안 되는 조언임을 알겠지만, 이런 지침을 조언하는 나조차도 실소가 나오지만 놀랍지만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을질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는 수밖에 없다.


인간 대 인간으로 같은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뭐라 말하지도 못한다. 유사시 총과 포탄을 다루고 피를 흘리며 싸워야 하는 군대가 이렇다니 ㅋㅋㅋ


후임병이 모포를 개지 않아 분대장과 부분대장이 모포를 개고 앞으로 모포를 개라고 지적해도 뭐라 하지 말아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간부와 선임병에 대한 멸칭을 하는 것을 봐도 뭐라 하지 말아라.

신병이 어제 들어왔는데 그 신병에게 모범을 보이며 함께 청소를 하라고 했더니 청소를 하지 않았음에도 뭐라 하지 말아라.

외부 음식을 가져와 간부에게 혼이 나고 분대장에게 혼이 났음에도 또, 외부음식을 가져오겠다는 헛소리를 지껄여도 뭐라 하지 말아라.

깔깔이를 입고 외부에 나가 작전과장, 중대장 등 여러 간부들에게 걸어가는 후임을 보더라도 뭐라 하지 말아라.


폭언 욕설 행위를 안 해도 후임이 자존감 떨어지고 '기분 상했어요.'라고 말하고 Playing victim 피해자 노롯을 하면 말도 안 되는 꼬투리 잡혀 징계위원회로 회부될 테니까. '사실'이 파악되지 않아도 당신은 학대자로 낙인찍히고 이 선동은 자동적으로 믿어지게 될 테니까.


군대의 기강이 개판으로 흔들리더라도 눈감고 입 막고 눈감고 있어라. 왜냐하면 간부들이 그게 올바르다고 했으니까. 분대장이었던 나에겐 징계위원회에서 별말 안 하셨지만 부분대장이었던 내 맞후임에게 간부들은 이렇게 말했다 하더라. '분대장 외에 다른 병사들은 명령권이 없으니 후임에게 지시하지 말고 후임 건들지 말라.', '바뀌지 않으면 간부들에게 말하라.' 이 말대로 그대로 해주어라 어차피 우리가 똥 안 치워도 <간부>들이 알아서 치울 테니까.




이게 바로 내가 몸소 체험한 새롭게 떠오른 권력자 '피해자'님들의 모습이고 새롭게 우리를 지배하는 정치 체계이다. 갑질보다 을질의 시대이다.


자기 한 몸 희생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동체가 올바른 방향을 움직이도록 헌신하지 말 지어라.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환자 코스프레, 약자 코스프레하는 것이 더 많은 혜택(청원휴가, 휴가에 대한 우선권, 몸 편한 보직...)을 얻을 테니까. 아마 미래의 군대는 난민 - 흑인 - 성소수자 - 장애인이 군대를 지휘하지 않을까 싶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과가 무혐의로 나와 좋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러하다는 것에 씁쓸함이 느낀다. 아마, 또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가해자가 자기를 옹호하기 위해 선동한다는 둥 코스프레한다는 둥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 백 명이든 천명이든 그렇게 말해보아라.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 없이 난 떳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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