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그대 S에게
S 야.
내가 아직 대단한 작가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글을 쓰다 보니 네가 문득 생각나더라. 어쩌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너와 연락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 이 페이지를 너로 채울 수 있게 되어서 벌써 신나기 시작한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얼마 안 된 줄 알았는데 어언 10년의 시간을 함께했더라. 내 인생의 삼분의 일에 네가 있었다는 얘기야(근데 우리는 이런 오글거리는 얘기 못 견뎌하잖아..). 연말 즈음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누구와 제일 많이 소통하고 만났는지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곤 해. 가족 다음으로 몇 년째 네가 제일 많더라. 물리적인 시간만 흐른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소히 함께한 시간들이 쌓이고 있었던 거지. 너도 안 해봐서 그렇지 아마도... 그럴걸?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첫 통화는 그래도 기억이 나(는 것 같아). 우리는 처음의 그 어색한 존댓말을 쓰면서 대화하다 보니 나이가 같고 비슷한 미래를 꿈꾸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 같은 나이의 남동생이 있다는 것까지 신기한 교집합에 수다 떨다 보니 한 발자국이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각자의 취향이 같음에 신나 하고 다름이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 우리. 다른 곳에서는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는 서로의 찌질한 얘기들도 거침없이 나눴지. 세상 끝날 거 같은 마음이라서 만나는 거 자체가 겨우 일 수밖에 없던 몇몇의 날들이 있었잖아. 같이 있어주며 나중에서야 겨우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는 게 최선이었던 시간들 속에서 긴장하고 있었던 어깨에 힘이 스르르 빠지기 시작했던 고마운 그날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20대 언저리에 만난 우리가 어느새 30대의 시간을 보내며 40대를 바라보고 있어. 주변 어른들은 둘이 그만 붙어 다니고 각자 짝 만나야지 하고 놀리는 듯 부러운 듯 얘기하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잖아. 결혼을 하면 환경의 변화로 조잘조잘, 육아하면서 또 얘기, 더 나중에는 건강 얘기로 채워나가는 우리의 함께할 시간을 말이야.
S야. 너의 존재 자체가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지 순간마다 잊지 말고 기억해 주렴. 그리고 우리가 흘려보낸 그 시간 속에서 받은 게 참으로 고마운 게 너무 많아.
각자의 생일 때마다 수줍은 듯 표현해 보는 마음속 깊은 진심을 이렇게 햇살 좋은 가을에 써 내려갈 수 있어서, 너를 떠올리며 글을 쓸 수 있어서 마무리하는 이 시점이 행복하고 벌써 아쉽기도 해.
못다 한 얘기는 만나서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