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차 초보집사 일기
아무튼 시리즈 중에 왜 아무튼 고양이는 없었던 걸까... 아무튼 시리즈의 다른 주제들만큼이나, '고양이'는 중독적인 매력이 있는 데다가, 꾸준히 키우는 고수들이 많아 보이는데 말이다. 물론 '아무튼 고양이'편이 있지는 않은지 찾게 된 이유는, 이런 고양이 찬양을 보고 싶은 마음뿐은 아니었다. 오늘로 8일 차 집사로서, 선배 집사들의 경험이 너무나 간절한 지금이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게 묘연(고양이 입양 혹은 고양이로부터의 간택은 그 인연이 닿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하여 묘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닿아버려서 세 살이라는 어리지 않은 나이의 고양이 친구와 지난 토요일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
다행히 우리 고양이 친구는 입양 온 첫날부터 내가 집사가 된 것이 싫지 만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집 고양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집에서는 캐리어 밖으로 나오기까지 일주일씩이나 걸리기도 한다던데, 우리 집 녀석은 집에 오자마자, 임시 보호해 주시던 이모와 내가 인사하는 새에 이미 우리 집 전체를 탐색하러 돌아다녔더랬다. 그리고선 하루 만에 손만 내밀어도 코와 몸을 비비적거리는데 데가, 집사 침대에서 같이 주무셔 주시는 개냥이 중의 개냥이다.
어느덧 자취 6년 차가 된 나로서는 집에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이렇게나 큰 행복감을 주는지 알지 못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트르릉트르릉 소리를 내며 통통 튀며 마중 나오는 작은 친구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멍하니 졸고 있다가도, 두부야~ 부르면 야옹거리며 다가오는 모습까지... 아주 사람을 미치게 한다 ㅋㅋㅋ
그렇다고 이 친구가 집사에게 집착적인 건 아니다. 자고 있는(잠든 척하는?) 나에게 꾹꾹이 한 번을 할 때에도 주변을 한참이나 서성이고, 수염이 닿을 거리에서 냄새를 한참이나 맡은 후에야 조심히 한 발을 내밀어 닿는 동물답지 않은 조심성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모습이 놀랍고도 감사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순한 아이인데도, 초보 집사로서는 어려운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일단 무릎에 잘 올라오지도 않고, 한 번 안아보기도 쉽지가 않다. 본인 기분 좋을 때만 무르팍으로 올라와서 가슴팍에 허벅지에 잠시 꾹꾹이를 하다 갈 뿐, 그 외엔 들어 올리기만 해도 야옹야옹 버둥버둥 난리다.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발톱 깎는 시범을 보여주려던 베테랑 고양이 집사 친구는 한번 안아보더니, 고양이가 아닌 고등어를 안은 듯, 파닥 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아무리 순해도 고양이는 고양이...
어쨌든 친구의 가이드에 힘입어 어제부터 양치교육이랑, 발톱깎이 교육을 시작했건만, 이 역시 쉽지가 않다. 유튜브에서는 입 한 번 벌리고 간식 한번 주고 하는 교육을 해보라던데, 간식을 드는 순간 이 친구의 눈이 돌아버린다 ㅋㅋ 동공이 확 커져버리더니 시선이 간식에 꽂힌 채로도 입을 벌리려는 손길은 귀신같이 피해낸다. 사냥놀이할 때엔 그렇게 날래보이지 않았는데, 왜 머리 움직임만 이렇게 빠른 건지... 입 벌리기와 간식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다. 집중력도 길지 못해서, 몇 번 반복하면 삐져서 본인 숨숨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몰랐는데, 고양이의 꾹꾹이는 위아래로 누르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발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죔죔에 좀 더 가까워서, 발톱을 깎지 않은 채로 생살에 당하면 꽤나 아프다 ㅠ 이 친구의 꾹꾹이를 받아주고 더 친해지려면 발톱부터 좀 깎아야 할 듯한데, 고양이 발이란 것이 참, 한번 건드리기도 쉽지 않다. 사냥 놀이 후 떡실신해 있길래 슬쩍 가서 발톱 하나를 깎아봤는데, 그 이후부터는 무슨 두더지 잡기나 하는 듯이 발을 휘릭 빼버린다... 유튜브에서는 안아서 발 만지는 것에 먼저 익숙해지게 하라던데, 뭐 안겨있어야 말이지... 조언이 아무 소용이 없다.
또 다른 고양이 집사 친구에게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내가 성질이 급한 거겠지 하소연을 했더니, 고양이가 시간 지난다고 달라지는 것보다 내 스킬이 강화되는 게 빠를 거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나... 잘 해낼 수 있겠지. 이 친구랑 잘 지낼 수 있겠지. 이 친구 덕분에 매일이 행복하면서도, 아직 갈길이 멀어 한 편으로는 막막해버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