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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20. 2024

아무튼 고양이?

8일 차 초보집사 일기

아무튼 시리즈 중에 왜 아무튼 고양이는 없었던 걸까... 아무튼 시리즈의 다른 주제들만큼이나, '고양이'는 중독적인 매력이 있는 데다가, 꾸준히 키우는 고수들이 많아 보이는데 말이다. 물론 '아무튼 고양이'편이 있지는 않은지 찾게 된 이유는, 이런 고양이 찬양을 보고 싶은 마음뿐은 아니었다. 오늘로 8일 차 집사로서, 선배 집사들의 경험이 너무나 간절한 지금이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게 묘연(고양이 입양 혹은 고양이로부터의 간택은 그 인연이 닿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하여 묘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닿아버려서 세 살이라는 어리지 않은 나이의 고양이 친구와 지난 토요일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


다행히 우리 고양이 친구는 입양 온 첫날부터 내가 집사가 된 것이 싫지 만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집 고양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집에서는 캐리어 밖으로 나오기까지 일주일씩이나 걸리기도 한다던데, 우리 집 녀석은 집에 오자마자, 임시 보호해 주시던 이모와 내가 인사하는 새에 이미 우리 집 전체를 탐색하러 돌아다녔더랬다. 그리고선 하루 만에 손만 내밀어도 코와 몸을 비비적거리는데 데가, 집사 침대에서 같이 주무셔 주시는 개냥이 중의 개냥이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면 책상 위로 번쩍 뛰어들어서 이렇게 식빵을 굽는다.


어느덧 자취 6년 차가 된 나로서는 집에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이렇게나 큰 행복감을 주는지 알지 못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트르릉트르릉 소리를 내며 통통 튀며 마중 나오는 작은 친구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멍하니 졸고 있다가도, 두부야~ 부르면 야옹거리며 다가오는 모습까지... 아주 사람을 미치게 한다 ㅋㅋㅋ

그렇다고 이 친구가 집사에게 집착적인 건 아니다. 자고 있는(잠든 척하는?) 나에게 꾹꾹이 한 번을 할 때에도 주변을 한참이나 서성이고, 수염이 닿을 거리에서 냄새를 한참이나 맡은 후에야 조심히 한 발을 내밀어 닿는 동물답지 않은 조심성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모습이 놀랍고도 감사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순한 아이인데도, 초보 집사로서는 어려운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일단 무릎에 잘 올라오지도 않고, 한 번 안아보기도 쉽지가 않다. 본인 기분 좋을 때만 무르팍으로 올라와서 가슴팍에 허벅지에 잠시 꾹꾹이를 하다 갈 뿐, 그 외엔 들어 올리기만 해도 야옹야옹 버둥버둥 난리다.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발톱 깎는 시범을 보여주려던 베테랑 고양이 집사 친구는 한번 안아보더니, 고양이가 아닌 고등어를 안은 듯, 파닥 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아무리 순해도 고양이는 고양이... 



어쨌든 친구의 가이드에 힘입어 어제부터 양치교육이랑, 발톱깎이 교육을 시작했건만, 이 역시 쉽지가 않다. 유튜브에서는 입 한 번 벌리고 간식 한번 주고 하는 교육을 해보라던데, 간식을 드는 순간 이 친구의 눈이 돌아버린다 ㅋㅋ 동공이 확 커져버리더니 시선이 간식에 꽂힌 채로도 입을 벌리려는 손길은 귀신같이 피해낸다. 사냥놀이할 때엔 그렇게 날래보이지 않았는데, 왜 머리 움직임만 이렇게 빠른 건지... 입 벌리기와 간식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다. 집중력도 길지 못해서, 몇 번 반복하면 삐져서 본인 숨숨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몰랐는데, 고양이의 꾹꾹이는 위아래로 누르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발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죔죔에 좀 더 가까워서, 발톱을 깎지 않은 채로 생살에 당하면 꽤나 아프다 ㅠ 이 친구의 꾹꾹이를 받아주고 더 친해지려면 발톱부터 좀 깎아야 할 듯한데, 고양이 발이란 것이 참, 한번 건드리기도 쉽지 않다. 사냥 놀이 후 떡실신해 있길래 슬쩍 가서 발톱 하나를 깎아봤는데, 그 이후부터는 무슨 두더지 잡기나 하는 듯이 발을 휘릭 빼버린다... 유튜브에서는 안아서 발 만지는 것에 먼저 익숙해지게 하라던데, 뭐 안겨있어야 말이지... 조언이 아무 소용이 없다.



또 다른 고양이 집사 친구에게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내가 성질이 급한 거겠지 하소연을 했더니, 고양이가 시간 지난다고 달라지는 것보다 내 스킬이 강화되는 게 빠를 거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나... 잘 해낼 수 있겠지. 이 친구랑 잘 지낼 수 있겠지. 이 친구 덕분에 매일이 행복하면서도, 아직 갈길이 멀어 한 편으로는 막막해버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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