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2] #022 이탈한 자가 문득 by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1일1시 #100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