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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수집가 Jul 11. 2022

교통 약자석, 꼭 있어야 하나?

어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어느 중년의 여자가 지팡이를 짚은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탔다. 마침 버스는 승객이 많아 마땅히 앉을자리를 찾지 못해 서서 갈 판이다. 여자는 하는 수 없이 어머니를 부축하고 섰다. 좀 놀라운 건, 그녀의 어머니는 교통 약자석 옆에 꼼짝없이 서서 가고 그 자리엔 어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앉아 일부러 모른 척하느라 열심히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거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 부모가 어떻게 키웠길래 저 모양인가란 생각 보단, 쟤는 부모 욕 먹이고 있구나란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사리분별을 못할 정도는 아니니 그게 어디 부모가 안 가르쳐서만이겠는가. 그러면서 "여기 교통약자석이니 좀 일어나라. 할머니 좀 앉게."란 말이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오는 걸 겨우 참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렇게 화 낼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도 그 아이 못지않게 사리분별할 줄 아는데 무엇이 부끄러워 그 아이에게 당당히 그 요구를 못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엄마 힘들게 서서 가는 것만 안타까워한다. 그나마 어느 만치 가니 어느 승객이 자리를 양보해 감읍해하며 가서 앉는다. 나는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은 교통약자석엔 잘 안 앉는 것 같긴 하다. 특히 지하철 안에선. 그러나 교통약자석이 아닌 곳에선 노약자가 앞에 서 있어도 모른 척한다. 모른 척 하기엔 역시 스마트폰만 한 것이 없다. 역시 MZ 세대라 그럴까?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버스를 탔는데 어느 만치 가니 노인이 올라탔다. 하필 어느 앳된 젊은 여자가 앉아 있는데 서 있는데 자리에서 일어날까 말까를 고민하다 '친절하게' 노인에게 조그만 소리로, "저기 자리 있어요." 하고 가르쳐 주는 건 그나마 나은 경우라 하겠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일선 학교나 공공기관에선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교육을 따로 하지 않는 모양인가 보다. 내가 학창 시절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캠페인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아예 노약자 보호석을 따로 마련하니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러데 그게 오히려 개인주의를 부추겨 왔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와는 반대로, 몇 년 전 지하철을 탔는데 어느 젊은 여자가 아이와 함께 교통 약자석에 잠시 앉았다. 그런데 어느 노인이 그 꼴을 못 봐주겠다는 듯 눈을 흘기며 한마디를 하자 같이 맞장구를 치는 또 다른 노인이 있었다. 그러자 결국 여자는 낮이 뜨거운지 동행인과 함께 다른 칸으로 꽁지가 빠지게 옮겨 가더라. 하지만 그녀의 아이는 이제 겨우 발을 떼기 시작한 아이였다.

모르긴 해도 그 여자도 어느 노인이 와 앉으려 하면 일어설 요량은 아니었을까. 자기 아이 다리 아플까 걱정해서 같이 앉은 모양인데 그걸 가지고 눈을 흘기는 그 노인도 정상인가 싶기도 하다. 그 시기의 여성만큼 대우 못 받는 여성이 또 있을까. 아이 낳아 키우는 것도 힘든 일인데, 젊었다는 이유로 앉고 싶어도 앉을 수가 없다니 이런 이상한 나라가 어디 있는가. 자기 엉덩이 부치고 앉아 있으면 됐지 그게 그렇게 아니꼬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분들 그래 놓고 어디가 요즘 젊은것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입바른 소리 하고 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외국은 나이 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잘 안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실정 생각하고 함부로 노인에게 자리 양보를 하면 불쾌해한다고. 그런데 비해 우리나라만큼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양보하는 것도 미덕이지만 비워 두는 것도 미덕이란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쯤 되면 교통 약자석이 필요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고, 있어야 한다면 누구를 위한 자리여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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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수집가 소속 직업 출간작가

네 멋대로 읽어라 저자

지극히 사적이며 소소한 개인의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일종의 자서전 같은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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