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년 시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억수집가 May 21. 2019

기억과 추억

[기억수집가-유년시절 프롤로그]


언젠부턴가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에 관해 글을 써 보리라고 다짐한 적이 있다. 누가 알겠는가, 암보다 무서운 게 치매라고 나도 치매에 걸릴지. 그렇다면 내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더 늦추지 말고 글로 남겨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급한 대로(?) 유년시절을 쓰기로 했다. 시간상으로 봤을 때 현재에서 가장 먼 기억이 아니던가? 그런데 생각해 보니 꼭 그럴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얼핏 치매는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가장 늦게 사라지는 게 어린 시절 기억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작업은 잘못된지도 모른다. 나는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써야 했을까.   


어쨌든 이렇게 시작했으니 그만 두기도 뭐하고, 그냥 쓰기로 한다. 그런데 어찌할 거나, 하도 오래돼서 파편화되어 있다. 가물가물 하다. 마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우습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삼삼해지면서, 내 안에 어린 날의 기억들이 마치 왜 이제 불러주냐고, 빨리 이 이야기부터 쓰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다. 사람의 기억이란 이런 것인가 새삼 놀랍단 생각도 든다. 기억이라는 것은 꼭 시간순이나 연대기 순으로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순서상 그렇게 두는 것일 뿐. 기억은 언제 어떠한 기억이 툭하고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또렷하고 생생하다니. 


기억 속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도 나이들 지도 늙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처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살아 있었다. 이제 그것을 글로 옮기려 한다. 그러면 그것은 추억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 글은 70년대 유년기를 보내고 있는 한 아이가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장해 가는가에 대한 시시콜콜한 기록이기도 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