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개발자가 얼마나 있을까?
질문 자체만 보면 개발자로 살아가는 모두가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법한 질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 역시 신입사원 이후 3년 동안 이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이직활동 중 면접에서 질문받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면접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어느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했을 때 충분히 대답해 줄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몇 분 그 짧은 순간에 고민하고 대답했다.
다행히 면접관의 표정이 흐뭇(?) 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해당 질문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더라도 스스로 세워둔 지향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개발자로서 지향한 길을 잘 걷고 있는지 돌아보았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했을 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상대방이 모르는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고, 그 처음을 내 알량한 지식으로 일부 채워야 한다는 점이 미안했다.
그렇기에 질문에 대한 내가 대응하던 모습을 보면 일단 알고 있는 지식 기반으로 알려주고, 다시 철저하게 자료조사를 하고 내 지식과 교차 검증을 하고 틀린 부분과 추가된 내용을 몇 번이나 전달하고는 했다.
질문자 입장에서 약간 광기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을까?
사실 저 면접질문의 대한 대답은 거의 개발 쪽에 통달하여 정확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커 그렇게 대답했던 것인데, 요즘엔 AI에게 그 자리를 뺏긴 거 같아 다른 목표를 정해야 할 거 같다.
또 다른 면접에서 동일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는 위에서 대답한 내용과는 좀 다르게 대답했었다.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한 대답과 비교해 보면 굉장히 추상적이다.
면접을 많이 경험해 보면 알겠지만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한 추상적인 대답은 대체로 끝이 좋지 못하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요?"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는 어떤 개발자일까요?"
"음...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개발자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개발자는 어떤 개발자인가요?"
"음... 예를 들어..."
결국 이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다 끝을 맺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때 당시에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당신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지금도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는 '당신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란 어떤 개발자일까?' 더 나아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고민하고 싶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개발자,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할 줄 아는 개발자, 말에 배려를 담을 줄 아는 개발자,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개발자, 무엇이든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개발자, 성장하고자 하는 개발자 등등
당연히 좋은 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를 기반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개인적으로 정리가 필요할 듯싶다.
꽤 오랫동안 고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고민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