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 들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퇴근하고 나서 저녁에 뭐 하세요?"라는 질문이다.
나는 보통 "운동, 독서, 공부하면서 시간 보냅니다."라고 비슷하게 대답한다.
그러면 십중팔구 두 개의 말 중에 하나가 돌아온다 "와... 되게 열심히 사시네요" 또는 "와... 무슨 재미로 살아요?"
나는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랑 비슷하게 사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열심히 산다"라는 말과 "무슨 재미로 사느냐"라는 말에 "다들 비슷하게 사는 거 아닌가?"싶은 생각에 항상 의아함을 가졌었다.
하지만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게 당연하게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만나서 저녁을 함께 보내는 사람.
게임을 종류별로 즐겨하는 사람.
집에서 혼자 맥주 한 잔 하면서 영상 시청하는 사람.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쉰다는 사람.
외주 같은 걸 받아서 부업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퇴근 후 무엇을 하는지 지금까지 들어본 종류는 대략적으로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듯했다.
놀랍게도 내가 말한 "운동, 독서, 공부"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대답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내가 놀랍다고 생각한 이유는 내 직업이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하게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퇴근 후에도 개발공부만 할 줄 알았었다.
하지만 착각이었고, 개발자도 결국 직장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퇴근 후 나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운동"은 사실 하루에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살려고 시작하긴 했지만 나름 하고 나면 개운해서 좋다.
"독서"는 내가 책 읽는 걸 어려서부터 좋아해서 굳이 퇴근 후가 아니라도 평생 할 것 같다. 그냥 취미다.
"공부"는 내가 직업이 개발자라서 그러는 건 아니고 개발 공부뿐만 아니라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이것저것 공부라는 카테고리에 때려 넣은 것이다. 글 쓰는 것도 공부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든 내가 성장할 수 있으면 그게 공부 아닐까?
이렇게 돌아보니까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들이라 그런지 이게 열심히 사는 게 맞나 싶다.
그것보다도 그저 이제는 쉬어도 죄책감 같은 거 안 느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퇴근 후 아무것도 안 하면 죄책감이 몰려온다.
어느 뉴스 기사를 봤는데 거기서 직장인이 하루 평균 가지는 자유시간은 1~3시간 정도라고 한다.
하루 1시간, 일주일 5시간, 1년 260시간이라고 한다.
하루 1시간만 무언갈 해도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나는 1시간이 뭔지 그냥 퇴근 후 자기 전까지의 모든 시간을 저렇게 쓰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나의 시간에 "쉼표"를 추가할까 한다.
쉼표를 찍고 나에게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쉬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