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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질 좀 해봤니? 봄날 아줌마 감사합니다

내 인생의 웨이트 트레이닝

20살이 되었을 무렵, 우연히 읽게 된 책 한 권이 있었다. 


그 책의 이름은 ‘봄날 휘트니스’, 정다연이라는 여성분이 아이 둘을 낳고 살이 쪘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동안 외모와 탄탄한 몸을 얻게 되었다는 내용의 책이었다. 그 책은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때는 2002년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하나도 모르지만 집 앞 헬스장을 등록했고, 2002년도에는 요즘만큼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기도 아니었다. 손쉽게 전자렌지에 돌려먹을 수 있는 반조리 닭가슴살도 없었으니 식단 관리도 어려웠다.


당시 불량 대학생이었던 난 학교를 잘 나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남는 시간엔 헬스장을 가게 되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지식 조각을 가지고 식단,운동을 꾸려나갔다.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 내가 알던 것들은 야매 지식과 운동이 분명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막무가내로 운동하고 어설프게 따라했다. 다치지 않은게 천만 다행일 지경.


아무리 야매일지라도 20대 초부터 꾸준히 했던 웨이트인지라 체형과 근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아쉽게도 주목적이었던 살은 많이 안빠졌지만 운동을 하며 만든 당시 몸무게는 30대 중후반이 된 지금까지도 두번의 출산과 육아라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잘 유지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살만 빼면 모든 게 달라질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내  체형 보기 좋게 변하고, 운동을 통해 내 몸을 바라볼 시간이 많아진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변하고 삶의 결도 달라졌다. 몸무게 이외에도 체형, 작은 성취감, 근력 등이 운동으로 다져지며 나를 선순환의 구조로 이끌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엔 난 참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어깨도 구부정하게 앞으로 말리고 둥그런 체형에다가 하체는 워낙 통통해서 맞는 바지 찾는게 쉽지 않았다. 체형이 이쁘지 못하니 항상 자신감이 부족했고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공부, 교우관계, 외모 뭐하나 잘하는 것 없는 그냥 못난이였다.



그랬던 내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며 바뀌었다. 운동을 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문구를 자주가던 대형 피트니스 겸 목욕탕에서 읽었는데 머리를 딱 치는 문구였던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기억난다. 



운동의 순기능을 나열하면 정말 많다. 사실 체형만 변하겠는가? 몸에 근육을 늘리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일상속에서 내 몸 운용이 더 원활해진다.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밀 때 가슴,등,둔근을 이용하면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 근육이 내 몸을 밀고 당기며 잡아주며 바른 자세를 유지시켜주기도 한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혼이었고 퇴근 후에 항상 헬스장으로 출근했다. 

난 하체가 튼튼한 하비 체형인데  그 당시에도 하체가 두꺼운 편이어서 스쿼트, 데드르프트, 런지를 미친듯이 했다. 아쉽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된 지식이 없었기에 내 하체통통은 절반쯤 근육질로 변했다. 보기 싫게 출렁이지 않게 된 것만도 어디냐. 

아쉽지만 하체 통통은 아직까지 완전히 탈출하지 못했다.


20대 후반이 되었다. 직장생활, 방송통신대 편입, 결혼, 출산, 육아로 헬스장은 나에게 사치활동에 가까웠다. 틈틈히 홈트레이닝, 달리기를 병행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동안 놓고 있었지만 20대 초에 만들어 놓은 운동 근육과 근성, 자신감은 내 삶이 지치지 않고 도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출산과 육아를 하는 할 때 웨이트를 해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힘든 상황 버티는 건 누구보다 잘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버티는 힘을 기르는 운동이니 말이다. 


무거운 무게를 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성취감을 쌓는 방법도 배웠다. 24시간 육아를 해야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운동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얼마 전 갑상선 반절제 수술을 했다. 일, 공부, 가정에 치여 내 몸을 소홀히 한 탓이었나? 다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주가 지났다. 무게는 좀 줄었지만 20대 때 만들어놓은 좋은 자세는 무의식 중에도 나왔다. 


그리고 새삼 감탄하고 있다. 정말 좋은 세상이라는 사실을!!

18년 전 라떼는 말야~~ 이렇게 먹기 편한 닭가슴살도 없고 유튜브도 없었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식단관리와 정확한 운동이 가능해졌구나. 나도 나이를 먹었나보다.



장기적이고 거대한 목표를 세우는 일은 참 중요하다. 하지만 이 장거리 마라톤을 유지하는 동력은 웨이트 트레이닝같은 사소한 습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난 오늘도 쇠질하러 헬스장을 간다.




PS. 나보다 3살 어린 남동생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근데 이 놈은 나보다 더 독해서 일하면서 피트니스 대회를 여러번 나가기까지 했다. 난 자세히 봐야 운동하는 사람같아 보이는데 이놈은 멀리서 봐도 운동 좀 한 놈이네! 보인다. 

가끔...내 동생인데도 존경스럽기도 하다.

어찌보면 이런 근성은 유전적 요소도 있지 않나?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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