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족구왕'을 보고
족구 예찬
족구 is 자유의 상징이며 참된 깨달음이고 몰입이자 배움의 끝이며 협력이자 우정의 출발점, 세상 모든 압제와 벽을 무너뜨리는 혁명이며 삶의 증명. 편견을 부수는 도전이며 행복이고 사랑이자 즐거움과 동시에 청춘이다. 여러분 청춘인가요? 청춘이 그립나요? 그럼 모두 족구 하세요. Everybody says 족.구.족.구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족구입니다!!!
왜 다들 족구를 미워하는가? 왜 족구장을 치우고 테니스장으로 미련 없이 갈아탔는가? 왜 족구 하고 싶다는 말조차 부끄러워 입을 틀어막아야 했는가?
축구는 몸 좋고 멋있고 잘 풀리면 돈도 받는데 족구는 아니다. 예비군 오라버니들 군대 갓 제대한 복학생 님들의 자기들만의 리그 그 자체 땀냄새 뻘뻘 나는 점령지와 같다. a.k.a 군대의 연장선. 부끄러움 일도 없이 유니폼 같은 건 사치 그냥 아빠 나시 바람으로 겨털 탑재한 후 땀냄새 풀풀 풍기며 격한 호흡을 한 번에 내쉬기. 그야말로 아재미를 내뿜는 운동이라서?
아니, 족구는 쓸모가 없다. 쓸모가. 취업에 일도 도움 안되고 하다못해 취미란에도 적기가 좀 그렇다. 이름도 왠지 비속어스럽다. '족구하고 앉아있네'. 욕이 아닌데 왜 욕먹은 기분이 들지. 족구는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철부지들이나 하는 놀이. 나잇값 못하고 정신 차리지 못하고 미래가 없는 이들의 놀이다.
그런데 족구를 왜 하냐고? 족구가 뭐냐고?
'재밌잖아요.'
재밌고 쓸모없는 하지만 세상 가장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놓지 말아야 할 모든 것을 대변하는 영화. 어렵지 않고 후딱후딱 지나가는 러닝타임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깨알개그와 설정들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합니다! 스토리 그까지 껏 의미 그런 거 다 차지하고요. 그냥 영화가 재밌습니다.
남들이 다 하지 말라고 뜯어말릴 때 하고 싶으면 그냥 해요. 놀 수 있을 때 놀아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요. 걱정할 시간에 그냥 족구나 해요. 사실하고 싶잖아요. 족구. 족구 하고 싶으면 족구 하고 싶다고 말해요. 30년 뒤의 지금을 바라보면 족구 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그냥 해요. 족구. 재밌잖아요.
하나뿐인 명함을 안나에게 건네고 명함 그대로 사진 포즈를 재간둥이처럼 라이브로 펼치는 이 남자. 병신 같지만 병신 아니고 그냥 멋있어. 제가 대학생이고 만섭이 같은 남자를 캠퍼스에서 만났으면 바로 사귀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