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잃어야 어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야

Netflix 영화 _ 불량공주 모모코를 보고

by 스텔라

불량공주 모모코

2005.09.02 개봉,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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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모코 X 로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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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코코 시대의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싶었다




사람은 겉모습이 다라고 생각하는 모모코, 그런 모모코의 철학은 로코코 정신이다. 로코코 정신을 빼다 박은 롤리타풍의 드레스, 그 드레스를 마음껏 입는 게 그의 행복이고 삶이다. 하늘하늘 베이비 드레스, 프릴 양산, 굽이 높은 구두, 시골 촌 구석이라고 포기할 수는 없다.



모모코가 우아한 로코코 양식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옷을 사기 위해 한 시간에 단 두 번 오는 전차를 타고 시부야를 거쳐 다이칸으로 간다. 2시간을 소요해 도쿄에 있는 '베이비 더 스타 샤인 브라이트' 매장에 도착한다. 드레스 값은 만만치 않다. 그런 모모코에게 트럭 야채가게 아저씨는 묻는다. '뭐하러? 저스코(없는 게 없는 대형 할인마트)가 바로 앞에 있는 걸!' 모모코와 달리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저스코에서 간편하게 옷을 산다. 단 돈 9900원! 사람들은 싼 물건에 미쳐있다. 가격 파괴, 할인이라면 너나없이 달려든다. 짝퉁도 오케이. 가성비가 뛰어나다면 언제나 환영이다. 그건 철학의 영역이 아닌 경제성의 영역에 불과하기에.




유별난 바보스러움, 정말 어이스러운 바보 같음 하지만 기분만 좋으면 됐죠.
평론가들은 이 시대의 예술을 지나치게 달콤하고 안이하며 겉치레가 요란하고 저질스럽고 음란하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달콤한 과자 같은 거잖아요. 달콤한 꿈의 세계에 푹 빠져들어요!

-초반 모모코의 내레이션, 로코코 정신에 대하여




모모코는 눈에 튀는 섞일 수 없는 사람이다. 효율성과 편리함이 최고인 세상에서 돈 안 되는 가치와 아름다움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 타인과 세상의 요구보다는 자신의 기분과 행복함이 우선인 사람 또 그거 이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 세상과 타인의 평가란 진작 삶에서 지운 그, 자신을 무자비한 어린이로 칭하는 모모코는 어릴 적부터 세상 모든 일에 남다른 가치관, 즉 로로코 정신으로 살아왔다.


엄마가 아빠와 이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반응은 '그래서 뭐?'. 실음에 빠져 방구석에서 울고 있는 아빠의 모습과 대비된다. 삶의 중요한 결정도 단순하게 결정한다. 재밌는 편, 그 편이 행복하고 기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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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내가 왜 바보 아빠와 살기로 했냐면 그러는 게 엉망진창 더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모모코의 회상 내레이션, 쿨하디 쿨하다.






강한 여자 이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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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테일 소속 폭주족 이치코, 엉성한 높임말에 진한 고스 화장, 걸핏하면 침 뱉기에 핏대 세우기, 흥분하기 왕, 마음에 안 들면 박치기(?)를 서슴없이 한다. 어설프고 귀여운 데다가 진솔하고 어딘가 공정하기까지 해 인간미가 터진다. 의리 빼면 시체, 정도 많고 감동도 자주 받는 편이다. 짝퉁 베르사체를 구입하기 위해 정보를 찾던 중 우연히 모모코를 만나게 된 후, 어쩐지 자주 모모코 곁을 어슬렁거린다.



이치코는 진심이 중요한 사람이다.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해도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사람, 마음에 울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회답하는 사람, 약속을 지키는 사람, 그 사람의 진심과 본모습을 보며 평생 지우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고 사는 사람이다.


이치코(본명 이치고)는 중학생 때까지 엄격한 집에서 모범생으로 자랐다. 소심하고 공부를 잘하지 못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늘 억지 미소를 지었다. 어느 날 참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밤, 폭주족 아키미 씨를 만난다.



무슨 일이야? 왜 울면서 웃고 있는 거야? 누구라도 힘든 일은 있어. 어딘가 아픈 거라고. 그러니까 우는 일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렇지만 여자는 말이야.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울어서는 안 돼. 동정받게 되니까. 울고 싶을 때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어. 울고 난 후에는 운만큼 강해져라.

-아키미의 대사




그날부터 이치코는 강한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감정을 숨기는 게 나약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세상이 요구하는 바를 자신이 충족할 필요가 없다는 걸, 달리고 싶으면 그저 달리면 되는 거란 것도.



처음 모모코는 이치코가 왜 자신에게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은 혼자 살고 혼자 죽는 건데,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는 모모코, 그러나 이치코를 알아가고 진심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모모코는 생각한다. 이치코가 보고 싶다고.





당신이 아니면 안 돼요.




인간은 분에 넘치는 행복이 눈앞에 있을 때 갑자기 깊은 병에 걸리곤 해요. 행복을 붙잡는 일은 불행에 안주하는 것보다 용기가 필요하대요.

-세상 다 산 듯한 어린 모모코의 대사



어느 날 세상에 나를 보여줄 기회가 왔을 때, 행운의 여신이 손을 내밀고 우리를 인정해주려고 할 때, 우리는 덜컥 두려워진다. 이런 행운이 주어진다고? 믿을 수가 없다. 땀이 나고 긴장이 된다. 도망치고 싶어 진다. 어린 모모코의 말처럼 모모코 역시 병에 걸린다. 자신이 신처럼 여기던 베이비의 사장 이소베를 만나고 이소베에게 자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모모코는 좀처럼 자수를 놓을 자신이 없어진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데도 두렵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던 걸까? 의문과 의심이 피어오른다. 자신이 원하는 게 누구보다도 명확했던 모모코조차 예외는 아니다. 재능이 있어도 기회 앞에서는 움츠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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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안 만들면 어떡해? 저스코에서 사는 수밖에 없잖아!
너라면 할 수 있어.

-모모코의 머뭇거림을 보며 답답하단 듯이 말하는 이츠코의 대사



그런 모모코에게 외치는 이치코의 대사, 이제까지 네가 떠들던 로코코 양식은 다 뭐야? 네가 살던 삶의 방식은 다 뭐야? 저스코에서 옷을 사게 하고 싶어? 이 일은 너만 할 수 있는 거라고! 너만이 줄 수 있는 가치야. 이츠코의 말에 두렵더라도 행복을 잡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모코, 이제까지 모모코가 살아온 철학이 빛을 발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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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크지 않을지는 몰라도 예쁘고 훌륭한 그릇이야. 누구와도 다른 너의 길을 가도록 해. 네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을 꼭 찾게 될 테니까

-유치하게 칭얼거리다가도 내공을 드러내는 할머니의 대사






자기를 버려야 어른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나는 평생 어린애로 있겠어.




타인의 길을 쫓는 건 쉽다. 타인에게 숨어 안전성을 확보하는 건 두렵지 않다. 적어도 나무라지 않을 테니까, 아무도 책임을 묻거나 비난하지 못할 테니까.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현실의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 외에 돈이 되지 않고 성과가 나지 않는 다른 가치를 쫓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그만 철 좀 들고 어른이 되라고.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건, 성장한다는 건 자신의 색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타인의 요구에 굴복하고 세상과 비슷한 색이 되기를 타협하는 게 아니다.



멋진 어른이 된다는 건 오히려 자기 자신이 되는 일, 자신의 색을 고수하고 자기 자신의 규칙을 만들고 자기 자신만의 게임을 하는 일, 자신에게 필요한 행복을 쟁취하는 일, 타인과 세상이 요구하는 귀찮은 일에 관심을 끄는 일,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타인의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일, 혼자가 되길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소중한 것들을 지킬 용기를 지니는 일, 그것이 진정 어른이 되는 길이다.



자신의 색을 잃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이 녀석은, 모모코는 언제나 혼자서 서 있어. 자기가 믿는 규칙을 지키면서. 무리 지어 다니지 않으면 달리지도 못하는 너희와 격이 다르다고. 그만 빠지겠어. 나도 이제 혼자가 되겠어. 저 녀석처럼

-카리스마 폭발하는 이치코의 대사,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생략, 명대사가 너무 많고, 볼거리가 너무 많고, 통통 튀고 즐겁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영화, 살아갈 많은 날 모모코와 이츠코가 그리우면 몇 번이고 되돌려 볼 것 같다. freak이란 단어를 부제로 붙여주고 싶은 영화,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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