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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씹어 먹는 아이

바람처럼 자유로워. 바람처럼! 고양이처럼!

by 스텔라
image.png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지은:     내 몸이 날렵하고 부드러워졌어요. 난 어디든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검은 고양이: 그럼. 넌 원래 그럴 수 있는 아이란다.

흰 고양이:  바람처럼 부드럽고.

검은 고양이: 바람처럼 날렵하고.

지은:    바람처럼 강해요! 그리고.

모두:    바람처럼 자유로워. 바람처럼! 고양이처럼!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고양이1:   우리가 기다려 왔던 촛불을 밝힐 때가 온 거야.

고양이2: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을 털어놓는 날.

고양이3:  두려운 마음 구석에 불을 밝히자.

고양이1:  너부터 말해 봐.

고양이2:  나는 말하고 싶지 않은 건 말하지 않을 거야.

고양이3:  그래 그래. 그래도 돼. 말하기 싫다고 말해도 돼.

고양이1:  그래 그래, 그래도 돼. 무엇이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

고양이2:  맞아 맞아, 원한다면 다 말해도 돼. 어떤 것도 이상하지 않아.


고양이2:  (깜짝 놀라며) 이건 정말 이상한걸?

고양이3:   (고양이2에게) 어떤 것도 이상하지 않다며?

고양이 1,2,3:  어떤 것은 이상해. (서로 마주 보고 활짝 웃으며) 이상하면 어때?


고양이 1,2,3:  이 촛불은!

고양이1:   우리를 위한 것이었네.

고양이2:   우리를 위해서도 불을 밝히자.

고양이3:   나는 나를 좋아한다네.

고양이1,2,3:  우리는 우리를 좋아한다네. 우리는 우리를 이해한다네. 우리는 우리를 노래한다네.

-돌 씹어 먹는 아이


야영 가면 마지막 밤을 밝히는 촛불 타임이 이상했다. 초를 하나씩 전달하고 X자로 칼집을 낸 종이컵을 하나씩 나눠 든다. 종이컵에 초를 끼운다. 장소마다 사람마다 뒤집어 끼우거나 물을 마시는 형태로 끼운다. 불을 하나씩 점화하듯이 나눠갖는다. 조명은 모두 끄고 bgm은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눈을 감고 조금 전까지 텐션 높이던 미친 에너지를 점화시킨다. 낮은 저음으로 숙달된 조교는 집에 계신 엄마 아빠를 생각하라고 하고, 누구라도 먼저랄 것 없이 짠 것처럼 눈물을 흘리는 레퍼토리, 그곳에서 딴생각을 하지 않는데도 울지 않는 건 나 하나였다.


왜 난 눈물이 나지 않을까? 억지로 울고 싶지 않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한국 영화를 볼 때도 비슷한 경험을 반복했다. 모두가 울고 있지만 나는 좀처럼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내가 잘 울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고 억지로 울리는 신파가 싫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마치 외계에서 막 당도한 이질적인 존재처럼 공감이 되지 않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나는 이상해.


다른 사람이 모두 울 때 울지 않는 내가 이상했다. 엄마 아빠를 떠올리며 눈물이 안 날 수도 있어. 죽음을 떠올리며 눈물이 안 날 수도 있고, 아픔과 이별을 떠올리며 눈물이 안 날 수도 있어. 그건 이상한 게 아니야. 대신 넌 행복하거나 벅차오를 때 자주 울잖아. 꿈과 용기로 자주 눈시울이 붉어지잖아. 소외와 우울감에 유독 마음 아파하잖아. 울고 싶을 때만 울어. 눈물이 나지 않으면 억지로 울 필요 없어. 이상하면 좀 어때.


학교를 졸업하며 더 이상의 강제 촛불 타임이 없다는 데 안도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촛불이라면 매일매일 한 구석에 밝혀두고 싶다 생각했다. 보자. 보자. 그저 바라보자. 분별을 내려놓고 그저 한 번 바라보자. 요새 넌 생각이 많았잖아. 너의 신념도 관념 일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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