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12시간 명상은 처음이지?
*본 글은 진안에 위치한 '담마코리아 명상 센터'에서 위빳사나 10일 명상코스를 체험한 후 적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수행일지입니다. 담마 혹은 위빳사나 명상과는 다른 필자 개인의 의견이 첨부되어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실제로 위빳사나 명상을 앞두신 분께는 이 글을 통해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명상이 끝날 때까지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위빳사나 명상가분의 피드백과 체험 공유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여기 오기 하루 전날 남편이 스케줄표를 보고는 놀라 물었다.
‘너 괜찮겠어?’
‘응, 뭐가?’
‘시간표 말이야. 명상을 엄청 오래 하는데?’
‘명상 코스니까 당연히 명상을 하지.’
오기 전에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케줄표의 시간표가 현실적으로 와닿지 못한 탓이다. 또 내가 꽤나 명상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믿었다. 생각이 많은 날에는 두 시간도 명상을 하지 않았나? 게다가 이런 류의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아직까지 내 인생에 없었다. 괴로워도 어쩔 수 없이 끝까지 하는 게 나다. 당연히 절실하게 원했던 이 코스를 어떻게든 해내리라 믿었다. 한치의 의심 없이.
새벽 4:00 기상 종이 울렸다. 일찍 잔 덕분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최근 평균 기상 시간은 9~10시였다. 이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다니! 드디어 본격적인 첫 명상의 시작이다. 마음이 설레었다.
그리고 이어진 건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명상을 시작하고 처음 1시간 동안, 시간과 정신의 방에 갇힌 거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다섯 시간은 벌써 지난 것 같은데 좀처럼 시간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저 코에 드나드는 숨을 관찰하라는 지시 외에는 추가적인 안내가 없었다. 배도 아니고 폐도 아니고 목도 아니고 코만 보라고 했다. 인위적으로 호흡 조절을 하지 말고 그저 자연스럽게 숨을 내쉬고 관찰하라고 했다.
응? 그게 다야? 이게 끝이야?
지루해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지루함보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건 통증이었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억지로 아빠 다리를 취한 내 다리는 못 살겠다고 격렬한 파업 시위를 벌였다. 다리가 저리고 누가 찌르고 고문당하는 것 같았다. 당장 다리를 풀고 싶었다. 아니 풀고 나서도 같은 자세로 10분 이상 앉아 있으면 그게 어떤 자세든 다리가 마비되어 비명을 질렀다. 살려 달라고.
내내 다리가 아파 죽을 것 같다는 원초적인 생존의 고통에 압사당했다. 10시간을 견딘 것 같은데 이제 고작 새벽 명상이 끝났을 뿐이었다. 밥 먹고 이걸 다시 해야 한다. 게다가 다음엔 3시간이었다. 아니, 점심을 먹은 후 4시간, 저녁밥을 먹고 고작 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간 추가로 3시간의 명상을 더 해야 했다. 도합 12시간… 12시간?...
첫 명상 이후 아침밥을 먹은 후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친 듯이 숙소에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다음 명상을 버텨내려면 조금이라도 다리를 풀어놔야 한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스트레칭이었다.
다음 명상이 가하는 신체적 고통은 더 끔찍했다. 이미 고통이 예상되기도 하고 누적된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지시 사항은 코로 숨이 나가고 지켜보는 걸 관찰만 하라고 말했다. 아파 죽을 것 같다는 원초적인 생각 이외 명상 내내 하는 생각이라고는 온통 낯선 곳에 적응하려는 생활에 관한 바쁜 의문뿐이었다.
‘식사 시간이 몇 시부터 몇 시였지? 빨래는 어디서 하는 거지? 빨래는 몇 번 해야 하고? 샤워는 언제 하지? 산책 시간이랑 스트레칭 시간을 어떻게 분배하지?’
등등 지금 생각할 필요 없거나 저절로 알게 될 쓸데없는 잡념이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그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아파 죽을 것 같다. 살려줘. 비명을 지르거나 어떻게 살아남는지 홀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정신이 좀 돌아온 휴식 시간… 나는 무시했던 남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걸 후회했다. 스케줄 표시간을 정확히 보고 올 걸. 한 때 나의 일을 명상과 산책이라 여긴 적이 있었다. 전면 취소다. 어찌 보면 이곳에서 일이라는 건 명상뿐인데 그건 예상보다 더욱더 미치도록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밥도 누가 다 해주고 생활하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이 명상만 하라는데 이렇게 고역일 수가 없다. 미쳤다… 이걸 어떻게 10일 동안 하지? 하루도 못 버티겠는데… 이건 도무지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야. 미친 스케줄이라고!
명상 시간이 다가오는 게 공포스러웠다. 명상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었다.
매일 저녁 7시에는 고엔카 선생님의 법문 동영상을 시청한다. 다행히 그 시간에는 다리를 풀고 자세를 자유롭게 바꿔도 된다. 아…1시간의 법문에 이 충격과 공포가 서서히 누그러진다. 당연히 누구나 힘든 거라고. 첫날은 가장 힘든 날이라는 그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고엔카 선생님은 생각보다 더 유머러스했다. 그분의 말투와 목소리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법문에서 위빳사나의 주목적은 마음의 정화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마음이 정화될 게 없는데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철이 없는 생각을 했다. 이미 내가 오랜 기간 방어기제, 콤플렉스, 감정과 생각의 작동방식 등에 대해 숙고하고 나름의 결론을 지니고 있어 꽤나 평온한 상태로 일상을 보내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번뇌라고는 이 명상을 시작하면서 얻게 된 신체적 고통과 혼란뿐인데…
그렇게 충격적인 하루를 보내고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