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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명 Jan 17. 2023

시타의 수분 크림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기 하게 된 것은 캠핑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캠핑장, 특히 노지에서 캠핑을 하면 내가 만든 쓰레기는 그대로 집까지 가지고 와야 했다. 짐을 줄이는 최적의 방법으로 ‘다 쓰고 버리고 오자’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캠핑장에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아무 대가 없이 누리다 보니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 책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개인 용기에 먹을 만큼의 음식을 싸가기 시작했고, 개인 컵, 커틀러리 등 캠핑 짐에서 일회용품이 줄었으며, ‘캠핑의 꽃은 고기’라는 인식도 점차 사라졌다. 일회용품 줄이기를 밖에서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구매한 제품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되어 사용되고 버려지는지 그 메커니즘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가장 자주, 많이 쓰는 생필품부터 눈에 밟혔고 그렇게 화장품까지 왔다. 어떤 브랜드는 천연 재료를 쓰지만 패키지가 형편 없었다. 어떤 브랜드는 패키지가 친환경적이지만 보습 기능이 시원찮았다. 까다롭게 하나둘 따지다 보니 매일 같이 온갖 여성지를 뒤지고 SNS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시타(www.siita.com)의 수분크림을 만났다. 



시타는 세계 최초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만든 화장품 브랜드로, 동물 실험 없이 제품을 만드는 건 물론이고 용기 역시 친환경 생분해 수지를 사용한다. 다 쓴 용기는 전용 시설에서 분쇄를 거쳐 100퍼센트 퇴비화하는 완전 분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얼굴에 트러블이 잘 안 나고 복합성 피부를 지닌 나의 경우, 한국의 혹독한 겨울에도 이 수분크림 하나로 피부의 건조함을 해결한다. 제형은 보통 크림과 비슷한데, 밤에 바르고 자면 아침까지 촉촉한 피부가 유지된다. 보습력이 좋지만 피부에 남아 번들거리지 않고 금방 피부 속까지 가볍게 스며든다.  동그란 알약 통처럼 생긴 패키지는 부피는 크지만 가벼워 간단히 여행 가방에 챙기기에도 좋다. 빈 용기 다섯 개가 모이면 수거 신청이 가능한데, 이때 제품 1개에 해당하는 가격을 적립금으로 지급해준다.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쓸모를 다한 뒤 처리되는 모든 과정이 진정 ‘제로 웨이스트’다운 것. 


이것 저것 재고 따져야 하니 쇼핑을 할 때마다 금방 지치기 일쑤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순간 물건이 뿅 하고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버리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으니까.


* 이 글은 지속 가능한 여행 뉴스 레터 <피치 바이 레터>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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