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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명 Jan 17. 2023

파타고니아의 배기스

산과 바다를 찾는 일이 많은 여름날, 내게 파타고니아의 배기스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색깔별로 구매해 여기저기 편하게 매치해 입곤 한다. 물론 여러 개 구입하는 것보단 자주 입어 해지거나 찢어질 때마다 파타고니아에서 운영하는 ‘원 웨어 서비스(Worn-wear Service)’에 수선을 맡기는 것이 브랜드의 철학에 동참하는 일이겠지만.


파타고니아는 모두가 지갑을 여느라 바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Don’t buy this jacket)’는 파격적 광고를 선보여 이목을 끈 친환경 브랜드다. 서핑과 클라이밍을 할 때 입기 편한 쇼츠로 고안된 배기스(Baggies)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2년. 자연을 담은 패턴과 색감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올여름, ‘우리는 유행을 팔지 않습니다'는 슬로건과 함께 배기스가 돌아왔다.


© 파타고니아 


40여 년 간 달라진 것은 딱 한 가지. 바로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의 비율이다. 초기에는 재활용원단의 사용 비율이 높지 않았으나, 2018년부터 100퍼센트 리사이클 나일론으로 제작되고 있다. 파타고니아에 따르면, 나일론은 석유에서 생산되는 고분자 화합물이라 재활용이 까다로운 편인데, 각고의 연구와 노력 끝에 버려지는 폐그물과 카페트, 낡아 떨어진 옷 그리고 생산 중에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 등을 섞어 100퍼센트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를 만들어냈다고.


이번 시즌의 배기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 100퍼센트 폐그물을 재생한 친환경 신소재 ‘넷플러스(Netplus®)’를 개발해 배기스에 적용한 것. 그렇게 탄생한 ‘넷플러스 배기스'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뿐더러 폐그물이 해양 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실제로 바다쓰레기 중 46퍼센트에 해당하는 그물은 해양 생물을 죽이는 주범이다).


(아무도 궁금하진 않겠지만) 이번 주말 조금 늦은 휴가를 떠난다. 매년 여름, 내게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던 배기스를 입고 울릉도의 맑은 바다에 유유히 몸을 내던져야지. 단단히 벼르고 있다.


* 이 글은 지속 가능한 여행 뉴스 레터 <피치 바이 레터>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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