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

by jjin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데 막상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하면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노트북을 켜고, 빈 화면을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창을 닫은 경험,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떠올라도, 그것을 글로 옮기려 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뭔가 잘 써야 할 것 같고, 다른 사람이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되고,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밀려왔습니다. 이런 마음들은 글쓰기의 시작을 가로막는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깊은 장벽입니다.


우리가 글을 시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틀리면 안 된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글은 늘 평가받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글을 쓰면 빨간 펜으로 고쳐졌고, 맞고 틀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글을 쓰려고 하면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판단할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글 한 줄 쓰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사실 기록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알면서도 막상 글을 쓰려하면 마음이 쉽게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처음에는 참 어렵습니다.


또 하나는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입니다. 사람들은 글을 쓰려하면 갑자기 완벽주의자가 됩니다. 첫 문장을 멋지게 시작해야 하고, 표현도 매끄러워야 하고, 내용을 정리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들이 글을 더 못 쓰게 만듭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 마음이 너무 커지면 오히려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됩니다. 한 줄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 한쪽에서 스스로를 자책하게 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글을 못 쓰지?" 하지만 사실 그건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너무 잘 쓰려고 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기록은 처음부터 잘 쓸 필요가 없습니다. 어색해도 되고, 문장이 짧아도 되고, 그저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적어도 괜찮습니다. 글은 원래 그렇게 시작되는 것입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글쓰기를 어려워했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기록을 남기고 싶었지만, 노트를 펼치는 순간 마음이 잔뜩 굳어버렸습니다. 누가 보지도 않는데 괜히 부끄럽고, 문장 하나를 적을 때도 '이 표현이 맞나?' '이게 글이 되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구나.' 그 깨달음 이후로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줄만 적었습니다. "오늘 이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다." "이 부분을 내 삶에 적용해보고 싶다." 이런 짧은 기록들이 쌓이면서, 글쓰기가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글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쓸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이야기가 없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기록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충분합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 오늘 하루를 지나며 잠깐 스친 감정, 마음에 머물렀던 문장 하나도 훌륭한 기록이 됩니다.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기록들이 모여 나만의 이야기와 삶의 패턴을 만들어 줍니다. 기록은 거창한 내용을 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머문 자리를 남기는 것입니다.


또한 글을 쓰기 시작하려 하면 갑자기 집이 눈에 띄게 더러워 보이거나, 해야 할 일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글쓰기보다 훨씬 쉬운 일, 훨씬 빨리 끝낼 수 있는 일들을 찾으면서 '일단 이것부터 하고 써야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는 늘 뒤로 밀려나고 결국 또 시작하지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나를 마주하는 일이고,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일이라 마음이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회피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나를 마주하는 일이 어려운 것입니다.


독서 서평 코치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어려움을 나누었습니다. "내 글이 유치해 보일까 봐 두려워요."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쓰는데, 나는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내 글을 누가 본다고 생각하니까 손이 안 나가요." 이런 고민들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렇게 불안해합니다. 그리고 그 불안의 바탕엔 '비교'가 있습니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의 완성된 글과 나의 시작 단계를 비교합니다. 누군가는 수백 번 글을 쓰며 다듬은 문장을 보고, 나는 첫 문장을 쓰려는 중입니다. 하지만 비교는 시작을 막을 뿐입니다. 기록은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쌓이는 것입니다.


제가 글쓰기 두려움을 조금씩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책에서 위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책을 읽으며 "글은 원래 부족하게 시작되는 것이다." "글은 잘 쓰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잘 써진다." 같은 문장을 만났고, 그 말들이 제 마음을 조금씩 가볍게 해 주었습니다. 또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솔직한 글을 접했고, 그 속에서 나도 괜찮다는 힘을 얻었습니다. 글쓰기는 '잘 쓴 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짜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었고, 응원의 댓글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마음속에 잠시 스친 생각 하나도 기록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글이 아니라, 기록으로 나 자신을 만나려는 마음입니다. 글쓰기는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가장 조용한 대화입니다. 당신이 지금 쓰려다 멈추고 있다면, 그 마음조차 기록해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쓰고 싶은데 조금 무섭다." 이런 솔직한 기록에서부터 글쓰기는 시작됩니다.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를 적는 것만으로도 이미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건 결코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누구나 처음엔 두렵고, 누구나 처음엔 서툽니다. 중요한 것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작은 한 줄에서부터 가능합니다. 책을 읽고 마음에 남았던 문장 하나를 적어보세요. 오늘 느꼈던 감정 하나를 써보세요. 그 작은 기록이 쌓여, 어느새 당신만의 글쓰기 길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그냥 한 줄을 적어보면 됩니다. 그 한 줄이 당신의 글쓰기를 열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