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막상 펜을 들거나 노트북을 켜는 순간 마음이 얼어붙는 일이 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떠오르고, 분명 이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도 있는데, 막상 글을 쓰려하면 긴장감이 먼저 찾아옵니다. "이렇게 쓰면 이상하지 않을까?", "이 표현이 맞나?", "어디선가 본 문장 같아서 별로 특별하지 않은데…" 같은 마음들이 조용히 올라옵니다. 그러고 나면 결국 손끝이 멈춰버리고,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게 됩니다. 이때 우리를 가장 많이 붙잡는 건 사실 다른 감정이 아니라 바로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입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글을 쓰는 순간 갑자기 높은 기준을 자기에게 적용합니다. 평소에는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듯 자연스럽게 말하고 표현하던 사람이, 글을 쓰려하면 갑자기 문학적인 표현을 해야 할 것 같고, 문장이 매끄러워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문장을 쓰기 전부터 너무 많은 걸 고민합니다. "이렇게 시작해도 될까.", "좀 더 멋진 표현 없을까.", "이 문장이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필요한 듯하지만, 오히려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저 역시 이런 부담에 오래 갇혀 있었습니다. 글을 쓰려하면 자꾸만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흉을 볼 것만 같았고, 표현이 어색하면 안 된다는 마음에 한 줄을 적어놓고도 다시 지워버리곤 했습니다. 그 반복이 너무 힘들어서, 결국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마음조차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글을 잘 못 쓰니까."라는 생각이 나를 계속 막았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글을 못 쓴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들이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서평 모임에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글이 너무 유치하게 느껴져요.", "다른 사람들은 잘 쓰는데 저는 너무 부족해 보여요." 같은 말들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그분들이 실제로 쓴 글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진심이 담겨 있고, 그 사람만의 시선이 담겨 있어 읽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들입니다. 그런데 본인은 늘 글을 낮게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글은 원래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깊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글쓰기가 평가받는 행위라고 배웠던 경험도 크고, 다른 사람들의 완성된 글과 비교하는 마음도 영향을 줍니다. 우리는 늘 남이 다듬고 고르고 편집한 결과물을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블로그나 책을 보면 '이렇게 쓰는 게 글쓰기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글도 처음엔 어색하고 서툴렀던 문장에서 출발합니다. 우리가 완성된 글과 비교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글은 아직 첫 줄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교는 늘 시작을 가로막습니다.
저는 독서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했습니다. 어느 날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다가 "글은 잘 쓰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 보면 잘 쓰게 된다"라는 문장을 보았는데, 그 문장이 정말 마음 깊이 들어왔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갑자기 가벼워졌습니다. '그래, 처음부터 잘 쓸 필요는 없지.' 그제야 글을 쓰는 행위가 부담스러운 숙제가 아니라, 나를 위한 대화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글을 나누고, 코치님의 따뜻한 피드백을 들으면서 마음속의 무거운 돌이 하나씩 내려갔습니다. 내 글도 괜찮다는 걸, 나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글쓰기가 조금씩 더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떨리는 마음으로 올렸는데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었습니다. 그 경험은 제게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완벽하게 쓰지 않아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조금씩 사라지고, 대신 '진심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건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마음속에서 너무 많은 걸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하면 어떤 글도 완성되지 않습니다. 글은 원래 처음엔 어색하고, 흐릿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존재합니다. 그걸 계속 쓰고 쌓아 올리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겁니다.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꾸준히 쓰는 사람이 결국 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문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도 지금 글쓰기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그 마음 그대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잘 안 써진다." "조금 떨린다." "어색하지만 그래도 적어본다." 이런 문장들도 충분히 글입니다. 글은 당신의 솔직함을 담을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옆에 내려두고, 그냥 지금 떠오르는 생각 한 줄을 적어보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모양이 조금 이상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글 한 줄을 남겨보는 것입니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잘 쓰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쌓이는 것입니다. 당신이 오늘 남긴 작은 기록한 줄이 내일의 글을 만들고, 그 글이 언젠가 당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그 시작점에 충분히 서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아주 작은 한 줄이라도 괜찮으니, 마음을 조용히 펼쳐보세요. 그 한 줄이 당신의 글쓰기를 조금 더 가까이에 가져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