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장벽, 비교 의식과 자존감의 흔들림

by jjin

기록을 시작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감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이 남긴 기록은 늘 정돈되어 보이고, 문장은 자연스럽고, 표현은 깊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내 기록을 보면 너무 짧고, 투박하고, 단순한 생각뿐인 것 같아 스스로 초라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생기는 감정은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쓰지?"라는 자책이며, 이 감정은 기록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조용히 무너뜨립니다. 비교 의식은 기록의 가장 흔한 장벽 중 하나이며, 동시에 가장 우리를 깊이 흔들어놓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비교는 어느 순간에나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기록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히 다른 사람의 기록을 살펴봅니다. 더 오래 기록한 사람의 서평 노트, 블로그 글, 정성스럽게 정리한 다이어리를 보며 감탄하다가도, 금세 마음속에서는 자신을 낮추는 생각이 올라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정리가 안 될까." "저 사람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는 왜 꾸준하지 못하지." 이런 생각은 나를 격려하기보다는 오히려 움츠러들게 합니다. 비교는 때로는 자극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존감을 약하게 만듭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서평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 늘 부러움과 동시에 작아지는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타인의 글은 표현 하나하나가 예쁘고, 사고의 흐름이 매끄럽고, 글의 구조가 안정적이었습니다. 반면 내 글은 한참 모자라 보였고, 누가 읽을까 싶어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이렇게 평범한 글밖에 못 쓰는데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록을 멈추게 되고, 기록을 멈춘 자신에게 또 실망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내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비교 의식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비교는 늘 외부 기준에서 출발합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 다른 사람의 글쓰기 스타일, 다른 사람의 루틴과 성취는 나와는 전혀 다른 배경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남의 기록은 이미 어느 정도 다듬어진 결과물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처음에는 어떤 글을 썼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남의 '완성된 부분'과 내 '시작 단계'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존감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온라인에 기록을 남기려고 할 때 이 비교 의식은 더 강해집니다. 누군가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다듬어진 결과물입니다. 좋은 사진, 잘 정리된 문장, 완성도 높은 서평만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정도로는 올릴 수 없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생기고, 결국 기록을 시작할 용기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온라인에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잘 쓴 게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어색한 첫 글이 있었고, 자신 없는 문장이 있었으며, 조심스러운 시작이 있었습니다. 그 시작의 흔적들이 쌓여 지금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비교 의식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글쓰기를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비교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우리의 자존감을 흔듭니다. 처음에는 '저 사람 글이 참 좋네'라는 감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라는 자책으로 변합니다. 기록을 멈추고 나면 그 자책은 더 깊어집니다. "또 나는 꾸준하지 못한 사람인가 봐." "나는 역시 안 되는 사람이야." 이런 생각들이 쌓이면 기록은커녕 일상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비교는 작은 파동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에서는 큰 흔들림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비교 의식은 충분히 다룰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준을 남에서 나로 옮기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 됩니다. 어제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한 줄을 썼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제보다 단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다면 그게 바로 성장입니다. 비교는 방향의 문제입니다. 외부로 향하면 나를 흔들고, 내 안으로 향하면 나를 단단하게 합니다.


두 번째는 기록의 목적을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기록은 잘 쓰기 위한 행위가 아닙니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 삶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보다 잘 쓸 필요도 없고, 남만큼 꾸준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에게 의미 있는 기록이면 충분합니다. 기록은 나를 위한 공간이어야만 합니다. 비교가 들어오는 순간, 기록의 본질이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는 불완전한 기록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기록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 혼란스러운 생각, 정리가 되지 않은 문장이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의 나는 그 기록을 어색하게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그 기록을 다시 보면 분명히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어설픈 기록도 나의 과정이고, 그 과정이 쌓여 내 기록의 역사로 남습니다. 완벽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기록은 반드시 남습니다.


비교 의식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그 감정을 넘어서는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입니다. 비교를 멈추고 나에게 집중할 때, 기록은 비로소 부담이 아니라 위로가 됩니다. 기록은 내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남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와의 대화입니다. 비교의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다면, 기록은 점점 더 단단한 힘이 되어 돌아옵니다.


오늘 당신이 남길 한 줄의 기록은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기록은 오롯이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만의 시선, 당신만의 생각, 당신만의 하루가 담긴 기록입니다. 그 흔적이 쌓일 때 비로소 당신의 길이 만들어집니다. 비교는 기록을 멈추게 하지만, 기록은 비교를 이겨내게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기록을 쌓을 때, 가장 깊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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