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이 말하는 미래 공부의 방향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최근 인터뷰에서 꽤 서늘한 말을 던졌습니다.
“지능이 높고 기술적으로 유능한 사람은 더 이상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상품(commodity)이다.”
우리가 그토록 선망하던 '똑똑함'이 이제는 시장에 널린 흔한 상품이 되어버렸다는 선언. 정해진 문제를 빠르게 풀고 지식을 정확히 적용하는 능력은 이제 ‘재능’의 영역에서 ‘기능’의 영역으로 내려왔다는 뜻이겠지요. 지식의 양이 곧 경쟁력이던 시대의 종말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머리’들이 모인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몇 달 사이 무려 3만 명에 달하는 인재들을 떠나보냈습니다. 한때 21세기 최고의 유망 직군이라던 개발자들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제 그들은 코드를 직접 짜기보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검토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요구받습니다. 기술의 정점에 있던 이들조차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평생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 가면 안정적이다"라는 공식을 믿고 살아온 저 같은 세대에게 이 변화는 솔직히 당혹스럽고 때론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폭풍의 눈 한가운데 있는 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 두 거물은 의외로 담담하게 교육의 본질을 짚어냅니다.
아이에게 당장 유행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건 어쩌면 금방 시들어버릴 꽃을 꺾어다 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대신 우리는 그 꽃을 피워내는 ‘뿌리의 설계도’를 읽는 눈을 길러줘야 합니다. 현상의 수면 아래에 깔린 원리를 모르면 세상이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배움의 굴레에 갇히기 때문입니다. 파도만 보는 아이는 매번 휩쓸리지만, 바닷물의 흐름인 조류를 읽는 아이는 스스로 배의 키를 잡고 항해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이제는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를 배우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코딩은 AI가 더 잘하니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본질적인 ‘컴퓨터의 생각 방식’과 ‘논리의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죠. 일론 머스크가 값비싼 배터리 가격에 절망하는 대신 리튬과 코발트 같은 원재료의 ‘결합 방식’부터 다시 공부해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러니 오늘 밤에는 아이에게 "문제 다 풀었니?"라고 묻는 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 이렇게 물어봐 주세요. "이 문제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그 질문이 아이의 시선을 현상 너머의 단단한 뼈대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원래 세상은 이런 거야”라는 약속을 의심하는 법도 가르쳐야 합니다. 이른바 ‘제1원리 사고’라고 불리는 이 거창한 이름의 본질은 사실, 이미 알고 있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내려놓고 문제를 떠받치고 있던 전제를 해체하는 것 입니다. AI 시대의 배움은 지식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낡은 정보를 비우고(unlearn)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유연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정답에만 안주하면 아이의 사고는 AI가 학습한 과거의 데이터 속에 갇히고 맙니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세울 때 모두가 "로켓은 원래 비싼 것"이라며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로켓 재료비가 판매가의 고작 2%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상식'을 비워낸 자리에 '재사용 로켓'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채워 넣었습니다. 아이가 어느 날 "엄마, 다들 이렇게 한대요"라고 말한다면 그때가 바로 기회입니다. "그게 정말 최선일까? 더 본질적인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 의심이 아이의 사고를 가두고 있던 틀을 기분 좋게 깨뜨려 줄 것입니다.
데이터가 줄 수 없는 '인간다움에 기반한 공감 능력'이야말로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실력이 됩니다. AI는 '확률적 최적값'을 내놓지만 그 결정이 한 개인의 삶에 미칠 파장까지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정답 없는 모호한 상황에서 방향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이름을 거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아마존이 관리자 층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끝까지 곁에 둔 이들은 기술의 효율성만 따지는 계산기가 아니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때 발생하는 파열음을 읽어내고, 그 사이에서 조직과 서비스의 방향을 정교하게 조율해낸 '맥락의 리더'들이었습니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불안'과 '고통'을 읽어내는 '인간적인 공감(Humane Empathy)'이 곧 리스크 관리 능력이 된 것입니다.
점수보다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촉수를, 속도보다는 깊이 고민하는 태도를 길러주세요. 데이터 너머의 진실을 감지하려는 다정한 마음이 아이를 가장 단단한 존재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이제는 아이에게 "몇 점 맞았니?"라고 묻는 대신, "너는 이 문제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답을 맞히는 속도보다 질문을 던지는 힘을, 점수보다 사고의 구조를 길러주는 일. 어쩌면 AI 시대의 교육은 거창한 커리큘럼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오래 당연하다고 믿어온 공부의 방식을 조심스럽게 의심해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 작가의 말 ]
우리는 지금 아이에게 'AI가 더 잘할 일'을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가 믿어온 ‘정답’의 가치가 무너지는 시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유산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부모로서 이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