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차가운 마음아
삼복더위를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나는 유난히 더위에 약하다. 고른 숨을 내쉬기도 버거운 푹푹 찌는 여름날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따위의 말을 들으면 안 그래도 뻗치는 열이 더 뻗친다. 비슷한 류로 복날의 삼계탕 뚝배기,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백사장, 여름 찜질방의 불닭볶음면 등을 들 수 있겠다.
휴우, 글로 옮기는 것만으로 벌써 기가 쪽 빨린다. 아직 어른이 채 못 되어서 그런지, 이열치열은 한참은 먼 이야기이다. (누구든 굳이 생물학적 나이를 들춰내는 무례는 잠시 참아주시길.)
뜨거움은 역시 차가움으로 눌러주어야 제격 아니겠는지. 한여름엔 그저 시원한 집구석에서 냉면과 오이비빔밥을 먹고, 물복숭아에 살얼음식혜를 들이켜는 것이 제맛이다. 창밖의 열기 따위 감히 다가올 수 없을 만큼, 냉기로 무장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름이 육중한 더위를 더 큼지막히 부풀릴 때 꺼내는 마지막 비장의 한 방이 바로 겨울 노래이다. BGM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구별될 리는 없지만, 구분의 기준인 시간의 범주를 좀 더 크게 계절로 잡아본다면 겨울의 나와 여름의 나는 확실히 어느 정도 차이를 가진다. 더위를 유난히 못 견뎌해서 그런지, 여름의 나는 좀 더 괴팍한 경향이 있다. 참을성도 떨어지고, 세상만사에 너그럽지 못하고, 울컥 발끈 벌컥하는 일이 잦다고 할까. 괜히 불쾌지수라는 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살다 보면 불꽃같은 마음이 필요한 때도 분명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차가운 평온함이 한밤중 이불킥을 예방하는 데에 더 효과적이다. 숙면을 위해서라도 여름엔 역시 차가운 마음이 필요하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듯, 차가운 몸이 차가운 마음이 깃든다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겨울 노래를 크게 틀어본다.
시간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 정승환 "눈사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