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출산휴가가 20일이란다

그래도 날로 좋아지고 있다. (1)

by 정벼리

우리 사무실에는 똑쟁이 S가 있다. 업무 관련해서 모르는 것이 없고, 일처리는 또 얼마나 똑소리가 나는지! 때로는 요청하기도 전에 진행 중이던 업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해 둔 보고서를 쓱 내밀어 혀를 내두르게 하기도 한다. 내용도 알차고, 보기도 좋은 S의 보고서는 요샛말로 '알잘딱깔센'의 전형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S는 다른 부서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S가 우리 팀으로 옮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놀랐다. 이미 타 부서에서 인정을 받고 있던 터라, 왜 굳이 옮기려는 걸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그 무렵 S의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다. 출산휴가나 육아기 단축근무 등 제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팀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괜히 뭉클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약 열흘 전에 S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냈다. 사무실을 나서는 S에게 우리는 한 마음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쌍둥이 아빠, 파이팅!!"
"우리도 절대 전화하지 않을 테니, S 씨도 사무실 생각일랑 하지도 말아요."
"맞아요. 와이프 극진히 모시고 와요. 지금 잘해야 평생이 편하다고요."


S는 활짝 미소 지으며 답했다.


"다들 감사해요. 아내와 아이들 잘 돌보고 돌아올게요."




그런데 벌써 주말이 두 번이 지났건만 S가 오지 않는다. 오늘은 S의 업무를 대신 맡고 있는 Y와 회의를 하는데, 자꾸만 재확인해야 할 게 생기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결국 입 밖으로 금기의 언어를 뱉어버리고 말았다.


"이건 S가 진행하던 사안이라 S가 잘 아는데... 출산휴가 끝날 때 안 됐어요?"
"팀장님, 올해부터 출산휴가 20일로 늘었어요. 출산휴가 끝나려면 멀었어요. 이 달 말에나 돌아와요."
"뭐? 20일이요? 주말 포함인 거죠?"
"당연히 아니죠. 주말 빼고 영업일로 20일이요."
"뭐가 그렇게 길어요? 나 때는 5일이었는데요!"
"뭐예요, 팀장님! 라떼 시전이에요? 언제 적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10년 전이요."
"그럼 강산도 변하는데, 출산휴가가 그대로겠어요?"


만담 같은 대화 끝에 Y와 나는 깔깔 웃어댔고, 웃음 끝엔 약속한 듯 한숨을 폭 내쉬었다.




2025년 2월 23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는 종전의 10일에서 20일로 늘어났다. 20일의 휴가는 S처럼 한 번에 연달아 쓸 수도 있고, 아이가 태어난 날로부터 120일 내에 3회까지 나누어 사용할 수도 있다.


생각할수록 바람직하고 좋은 변화이다. 아이 아빠에게 20일 정도는 주어져야 한다. 아내와 아이가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 뒤, 초보 엄마 아빠가 육아라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정신없을 시기에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나 셋째도 마찬가지이다. 첫째라고 손이 안 가는 나이가 아닌데, 신생아까지 함께 돌보려면 엄마의 두 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또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니까,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 차례로 나누어 휴가를 쓸 수 있어야 실용적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많다. 더 개선되어야 할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아, 부럽다. 그래도 세상은 날로 좋아지고 있구나.


문득 울면서 산후조리원을 나서던 날이 떠올랐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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